인터넷전화(VoIP) 전문업체들이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업체 난립에 따른 과당·출혈경쟁에다 KT 하나로통신 등 기간통신 사업자들이 잇달아 정액요금제를 도입함으로써 가입자들이 속속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내·외 전화를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정액요금제는 인터넷전화 요금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인터넷전화 업체들에 치명타를 안겨주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전화는 통화음질이 일반 유선전화의 70%대로 뒤떨어지지만 저렴한 이용요금 덕분에 최근까지만 해도 기업과 일반가정 사용자가 늘고 있는 추세였다. 하지만 한 달에 1만원 미만의 돈만 내면 무한정 시내·외 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정액제가 속속 선보이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입시 단말기도 새로 구입해야 하는 인터넷전화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애니유저넷 새롬기술 웹투폰 큰사람과컴퓨터 등 대다수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개인 사용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애니유저넷 관계자는 "인터넷전화는 일반전화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전화요금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며 "유선전화 사업자들이 이동통신서비스 업체들에 빼앗기고 있는 이용자 확보를 위해 도입한 정액제가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전화 시장에선 업체간 과당경쟁이 인터넷전화 산업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전화 사업자는 68개사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한두 곳만 제외하고 거의 대다수가 적자인 상태다. 이처럼 열악한 경영환경으로 키텔 앳폰텔레콤 등 상당수 업체가 문을 닫았다. '다이얼패드'로 유명한 새롬기술 역시 1천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도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터넷전화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네트웍스 관계자는 "인터넷전화가 휴대폰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뛰어들었던 상당수 업체들이 조만간 문을 닫거나 기간통신 사업자들에게 흡수될 전망"이라며 "인터넷전화 시장이 몇몇 거대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