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발표한 통합 도산법 시안은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나 개인이 쉽게 회생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부실 기업이 회사정리법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화의법 또는 파산법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통합 도산법에 따라 회생 절차를 밟기만 하면 된다. 회생 절차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도중에 폐지될 경우 자동적으로 파산 절차로 넘어가기 때문에 처리기일도 단축될 전망이다. 급여소득 등 일정한 수입이 있는 개인들도 법원의 인가를 받아 채무를 조정할 수 있게 돼 파산 선고로 인한 사회 경제적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화의절차 폐지 현행 회사정리법에 따른 채무조정은 주식회사만 가능했다. 또 기존 경영진이 법정관리인으로 대체돼 경영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람이 경영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고 채권자와 직접 채무를 조정할 수 있는 화의를 먼저 선택했고 화의에 실패할 경우 회사정리 절차를 신청했다. 통합도산법은 회사정리법 화의법 파산법을 하나로 통합했고 적용대상도 회사뿐만 아니라 재단법인 사단법인 개인으로 확대했다. ◆ 영업 양도 등 구조조정 촉진 회생 절차를 신청한 기업의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회사정리법에는 회생 계획에 의한 영업 양도만 인정했으나 앞으로는 회생계획 인가 전이라도 법원의 허가를 얻어 영업 또는 사업을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의 청산 가치가 계속기업 가치보다 명백히 많을 경우 파산선고를 하도록 의무화했던 조항을 완화해 '임의적 폐지 사유'로 바꾼 것도 자산 매각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다. 계속기업의 자산을 매각하면 청산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또 인수 희망자들이 회생 절차를 신청한 기업의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허용, 기업인수합병(M&A)을 유도하기로 했다. ◆ 채무자 재산 보호 강화 법원이 가압류 등 개별 절차에 대해 중지 명령을 내리는 것만으로는 회생 절차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경우 채권자들은 모든 형태의 권리 행사가 금지된다. 그러나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해서는 지급 정지가 있었던 때의 전후 60일로 돼 있던 기간을 1년으로 확대, 채무자의 재산 고의 도피를 막기로 했다. ◆ 청산가치 보장 담보채권자에 대해서는 회생계획 인가 요건의 하나로 청산가치 이상을 보장하도록 했다. 일반 채권자에 대해서도 사업을 청산할 경우 받을 수 있는 가치 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정부는 또 회생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이해관계인이 보전처분을 신청한 이후 7일 이내에 보전처분을 결정하도록 하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을 대기업(4개월)의 절반인 2개월로 단축하도록 했다. 회생계획안의 결정기한도 현행 2개월에서 1개월로 줄이고 서면결의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이밖에 △주택임대인이 파산할 경우 임차인이 우선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별제권자 지위를 부여하고 △파산절차 남용에 해당할 경우 신청을 기각할 수 있도록 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