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도산법안의 필요성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줄곧 제기돼 왔다. 회사정리법 화의법 파산법 등 산재된 법률을 여러 차례 개정했으나 혼란이 많았다. 이번에 마련한 시안 역시 적잖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짧은 기간에 6백 조항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통합법안을 서둘러 만들다보니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얘기다. ◆ 도덕적 해이 유발 가능성 개인 빚에 대해 모든 채권자의 동의 없이 빚을 탕감하거나 채무를 줄여줄 경우 돈을 빌려 쓰고 갚지 않으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손지호 서울지법 파산부 판사는 "채무자가 경제활동에 참여토록 해 사회 전체의 경제 효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채권자의 동의 없이 채무를 면제하는 것은 공평치 못하다는 견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무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가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부실경영 범위 구체화해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조유현 경제조사처장은 "중소기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 경영의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실 기업이 재산보전 처분을 신청한 뒤 7일 이내에 법원이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도 "1주일 사이에 회사 재산의 유실 또는 훼손이 발생할 경우 회생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자동중지제도(Automatic Stay)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석중 전경련 상무는 "법적인 회생절차를 밟기보다는 사적인 청산절차를 통해 해결하기를 원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며 "이해관계인의 의사를 좀 더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기업회생 실효성 높여야 경제단체들은 실효성 있는 기업 회생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의와 전경련은 자동중지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청산가치를 보장한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신규자금 조달 여부가 기업 회생의 관건인 만큼 채무자가 다양한 조건으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명시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지금까지의 채무조정은 채권자와 채무자 간에 이뤄졌으나 앞으로는 법원의 주도로 진행되는 만큼 전문적인 파산법원을 설치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