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도 상품간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는 "크로스오버(cross-over)" 바람이 불고 있다. 호텔과 아파트를 합쳐 놓은 듯한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전원주택 형태이면서 콘도기능을 갖춘 펜션,골프장내에 지어지는 호텔형 시설인 골프텔 등이 대표적인 크로스오버 부동산 상품이다. 크로스오버 상품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에 "영역 파괴"바람은 앞으로도 거세게 불 전망이다. 아파트건립만 고집해온 주택업체들이 상업시설과 빌딩 등으로 업무범위를 넓히거나 분양대행업체 설계사무소가 시행에 뛰어드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크로스오버 현상으로 분류된다. 어떤 상품이 있나= 최근 부동산 개발업체인 (주)신영은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외국인 임대용 주상복합아파트 "로얄팰리스 스위트"를 선보였다. 외국 대사관,다국적기업 직원 등에게 단기간 호텔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제공,3년간 연 8.5%라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대우건설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코리아CC와 골드CC 안에 골프빌리지인 "그린카운티"를 내놓는다. 골프장에 들어서는 대규모 주택단지이지만 콘도로 허가받은 시설이다. 회원제가 아닌 계약자 본인에게 건물과 토지 등기가 이전되기 때문에 휴가철 숙박시설인 콘도와는 다른 개념이 적용된다. 주 5일 근무제의 최대 수혜상품인 펜션은 전원주택이면서 민박 등 주말 숙박시설과 유사한 주거시설이다. 올들어 공급된 오피스텔의 90% 이상이 주거용이다. 업무용시설인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활용되는 것도 크로스오버 현상의 한 예이다. 왜 크로스오버인가= 무엇보다 소비자의 욕구가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영역을 파괴하는 새로운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해밀컨설팅의 황용천 사장은 "고객들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부동산 영역간 경계가 사라지는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다국적 기업의 국내 진출이 늘어나면서 탄생한 부동산상품이다. 다국적 기업 주재원이나 가족들이 호텔에 머물기에는 너무 비싼데다 내집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는 대안으로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각광받고 있다. 국내출장이 잦은 해외교포들도 서비스드 레지던스를 이용하는 수요층이다. 주 5일 근무제가 가시화되면서 전원주택에다 콘도시설을 갖춘 펜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원주택 자체만으론 다수의 숙박객을 유치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 그런데 펜션은 전원주택의 환경과 콘도의 편리함이 어우러지면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부동산 상품뿐 아니라 건설사 시행사 분양대행사 등 시장 참여자들의 역할도 구분이 없어지는 추세다. 컨설팅 능력을 갖춘 분양업체들이 오피스텔 시행사로 나서는가 하면 개발업체가 시공을 맡기도 한다. 설계사무소가 개발업체와 공동으로 투자하고 주택업체가 상업시설도 공급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점은 없나= 새로운 형태의 부동산 상품이 어떤 법률에 적용되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상품분류에 따라 매입후 내야하는 세금의 과세표준이나 건물에 갖춰야 하는 시설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크로스오버 부동산상품을 매입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