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3:42
수정2006.04.02 23:44
일부 대형 증권사들이 미성년자들의 선물·옵션 계좌 개설을 거절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다.
미성년자들이 선물 옵션상품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미성년 계좌의 대부분이 실은 그들의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빌려 개설한 것이라니 더욱 놀랄 일이다.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실명제 절차가 증권사에서는 아예 생략되어왔다는 것인지, 그리고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자녀의 이름으로 투기상품 계좌를 열고 있다는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증권계에 따르면 선물·옵션 투자 등으로 원금을 모두 날려버리거나 본인이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자신의 이름으로는 더이상 증권계좌를 열 수 없는 성인들이 자녀의 이름을 도용해 계좌를 열고 있다고 한다.
선물 이론상 결코 발생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깡통 계좌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주로 이들 계좌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물과 옵션시장은 증거금률이 15%에 불과하고 변동성이 높은 등 고도의 투기적 속성을 갖고 있다.
원래는 주식 금리 등 기초자산의 가격변동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고안된 상품들이기 때문에 현물투자가 많은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장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수 선물시장은 지난 96년 문을 연지 6년만에 거래규모가 세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급격하게 커졌지만 개인비중이 60%를 넘나드는 등 투기장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종목별로도 투기성이 높은 '외가격'(Out of the money) 상품이 집중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세계 1위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옵션시장의 투기성은 더말할 나위도 없다.
주식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이 선물시장으로, 또 선물에서 실패한 투자자들이 더욱 큰 대박을 노리고 옵션시장으로 대거 흘러드는 식이라니 선물과 옵션 등 국내파생상품 시장의 투기적 양상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바로 이런 분위기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절망적인 심정으로 자녀 이름까지 빌려 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여간 걱정스런 일이 아니다.
시장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서 언제나 감독 당국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바로 이런 문제야말로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할 과제의 하나다.
파생상품 시장을 온통 투기판으로 변질시켜 놓은채 지수선물 이관문제 등을 둘러싸고 편을 지어 밥그릇 싸움만 벌일 때가 아니다.
시장의 건전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적극적인 관리가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