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분야에 여성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여성에게 무언가를 베풀어준다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남성 위주로 전개돼 온 과학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죠." 세계 과학의 날(10일)을 기념해 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평화와 발전을 위한 과학과 여성'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여는 정광화 대한 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55)은 "여성 인력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과학기술 분야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선진국에서 여성 과학기술인을 정책적으로 키운 것은 여성운동가의 요구 때문이 아닙니다." 그는 "기존 인력만으로는 과학 발전이 한계에 부딪치자 그 대안으로 여성 과학자를 육성하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과학계가 여성 과학기술인의 중요성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여성은 남성보다 생활과 직결된 부분에 대해 관심이 높다"며 "여성 과학자들은 환경이나 건강 등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발과 성장을 추구하다 생긴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균형있는 발전을 이루는 데도 여성 과학자들이 큰 몫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과학기술 분야에서 상위직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그는 지난 1∼2년사이에 해양연구원 화학연구원 등에서 여성 선임부장이 나왔으며 중소 벤처쪽에선 여성 연구소장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 과학기술인들도 이제는 프로젝트 관리 등을 맡아 연구소장으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를 스스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학문화재단,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함께 마련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여성 과학자들의 역할에 대한 주제발표 및 토론이 열리며 여성과학자 확대를 위한 정책대안도 제시된다. 정 회장은 "여성과학기술인은 남성 위주의 과학계에서는 물론 여성계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중(二重)적 의미의 소수집단"이라며 "여성과학기술인회는 이같은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정보교류와 정책제언 등을 활발히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창립 10주년인 내년엔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난 78년부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몸담고 있다. 현재 진공기술센터 부장을 맡고 있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