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외국인 학생이 본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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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달전 한국에 온 프랑스인 유학생 하멜씨(28).
이젠 한국말이 꽤 능숙해진 그이지만 아직도 이해 안되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거리에서 침을 마구 뱉는 아저씨,지하철에서 앉을 자리를 찾겠다고 다른 사람을 막무가내로 밀쳐대는 아줌마 등이 그가 꼽는 대표적인 '불가사의'들이다.
우리에겐 매년 찾아오는 추운 겨울만큼 익숙한 '수능시험날 아침의 풍경'도 하멜씨로선 도통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학생들이 시험을 본다고 왜 모든 국민들의 출근시간을 한 시간씩이나 미루죠? 당연히 자기가 알아서 제 시간에 시험장에 도착해야 할 것을 경찰들이 오토바이로 수험생을 실어 나르질 않나….늦으면 시험보는 사람 책임이지 왜 나라 전체가 난리법석을 피우는 겁니까."
듣기평가를 하는 동안 시험장 주변에선 자동차 경적도 못 울리고 비행기 이·착륙이나 군대훈련 시간까지 조정된다는 사실은 그를 더욱 황당하게 한다.
"시험은 일상 생활의 한 부분이잖아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다른 생활이 지장을 받아야 하고,또 이런 것을 국가가 권장하면 온 국민이 받아들인다고요? 이해하기 힘들어요."
하멜씨가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다 싶어 기자는 "수능은 하룻동안 수십만명이나 응시하는 시험으로 단일 시험으로는 최대 규모다"라거나 "수능 성적은 대학들이 신입생을 뽑을 때 가장 중시하는 기초자료다"라는 둥 한참 동안이나 설명을 했다.
"한국은 교육열이 엄청나서 수능에 관해선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는 은근한 자랑도 곁들여서 말이다.
하지만 하멜씨로부터 돌아온 짧은 답변은 기자를 머쓱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결국 기본 전제는 대학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군요. 프랑스는 달라요. 능력만 있으면 대학을 안 나와도 충분히 실력을 인정받고 대우받으며 살 수 있으니까요. 한국인들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교육열이라는 것도 실상은 '배움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아닌 '명문대학 졸업장을 따려는 집착' 아닌가요?"
이방실 사회부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