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6일 전국 8백78개 시험장(학교) 주변은 수험생과 함께 온 학부모들과 선배를 응원(?)하러 나온 후배 고교생들의 열기로 아침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수험표를 집에 두고 오거나 경찰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뒤늦게 입실하는 수험생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등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서울 경복고와 경기여고 등 일부 시험장에서는 시험 시작 직전에 때 아닌 '손목시계 공수작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험 관계자들이 부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교실에 설치돼 있던 벽시계 등 부착물을 모두 떼어냈으나 이를 미처 알지 못한 일부 수험생들이 당황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 일부 학생들은 시험 시작 직전 교문 밖에 있던 부모에게 알려 "손목시계를 구해줄 것"을 요청했고, 부모들은 차고 있던 시계나 인근에서 급히 사온 시계를 감독관이나 취재기자들에게 쥐어 주며 "자녀에게 전달해 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경북 포항여고에서는 포항 중앙여고 이진경양(18)이 지난 5일 예비소집 장소로 가던 중 복도에서 넘어져 왼쪽다리에 골절상을 입었으나 수술을 연기하고 양호실에서 시험을 치렀다. 울릉도에 거주하는 허원정씨(20)는 기상상태 때문에 발이 묶여 있다 이날 오전 5시 울릉도를 출발, 8시10분께 포항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한 뒤 경찰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시험장에 들어가 응시했다. ○…수험생 선배들을 격려하는 '응원전'에는 '월드컵 4강' 열기가 그대로 이어졌다. 서울 구정고 앞에서는 청담고 현대고 숙명여고 세화여고 등 인근 지역 학생들이 북과 꽹과리를 동원, 선배 수험생을 위한 응원전을 펼쳤다. 이들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최강 현대' '전∼원 합격, 숙명여고' 등 월드컵 응원 구호를 연상케 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선배들의 고득점을 기원했다. 임상택.홍성원.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