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던 '경제특구법'이 이름까지 바뀌는 우여곡절끝에 6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수정 통과됐다. 정부내 논의과정에서 주요 내용이 바뀌더니 국회에서는 지역논리에 휘말려 아예 '누더기'가 돼버렸다. '경제자유구역법(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이처럼 변질된 것은 근본적으로는 부처간 이기주의와 지역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치권 탓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부가 법안을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각계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했고, 여.야.정 정책협의회 등을 통한 정치권과의 논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 지역특혜법으로 변질 경제특구법안을 심의했던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저마다 출신지역을 특구에 편입시키려 했다. 국회의원들이 지역의 이해관계에 얽매이다보니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육성'이라는 당초 구상은 뿌리째 흔들렸다. 정부는 당초 인천 영종도와 송도신도시 김포매립지 등 수도권 서부지역, 부산항, 광양항 배후지역을 각각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이를 집중 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다른 지역과의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국회에서 쏟아졌다. 국회 재경위는 결국 '경제특구'를 '경제자유구역'으로 바꾸고 국제공항이나 국제항만이 없는 지역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 노동규제 완화도 후퇴 재경부가 지난 8월 입법예고했던 경제특구법안은 노동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교육여건을 개선해 외국인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정부 부처간 논의과정에서 일부 부처들은 노동계 의약계 등을 의식해 법안에 반대했다. 결국 법안은 특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파견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노동관련 조항이 강화됐다. 외국교육기관에 한해서만 외국학교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설립자격 요건도 까다로워졌다. 이렇게 후퇴한 법안을 국회에서는 더 손질했다. 특구내 기업들에 '노동관련법을 엄격히 준수하고 산업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했다. 제한이 없던 파견근로자 고용 대상 사업장도 '전문업종'으로 제한했다. 결국 노동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당초 정부안은 부처간 논의와 국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유명무실해졌다. ◆ 의심되는 실효성 경제자유구역이 외국기업과 외국인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과 외국기업을 위한 세금혜택과 물류시설 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등 생활환경이 편리하게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지역의 이해관계 때문에 다수의 지역이 '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집중적인 투자가 어려워지고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지역도 '자유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 '외국인을 위한 특구'는 증발하고 '특정지역을 위한 자유구역'만 양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승윤.김병일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