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인재가 21세기 테크노 중국을 만들어 간다.' 8일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을 앞두고 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어갈 최고 지도층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말이다. 최고 권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인사 모두가 이공계 대학 출신이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게 중국 최고 이공계 대학인 칭화대의 약진이다. 상무위원으로 사실상 확정된 후진타오 부주석, 황쥐 전 상하이 당서기, 우방궈 부총리, 우관정 산둥성 당서기 등 4명이 칭화대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향후 5년간 중국은 '칭화방(칭화대학 출신 정치인 그룹)'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밖에 원자바오 쩡칭훙 뤄간 등도 베이징에 있는 각종 이공계 대학을 졸업했다. 또 자칭린은 허베이(河北)공학원을, 리창춘은 명문 하얼빈공대 출신이다. 이들의 성장 배경은 바로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강조하는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것이다. 과학기술 관료로 나라를 다스리게 하는 중국 공산당 특유의 정치 현상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 이들을 키운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특히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관련 기업이나 대학에서 현장 학습을 경험했다. 실질적인 당정업무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을 갖춘 것이다. 이들은 향후 과학기술 지원을 통한 경제 선진화 및 현대화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개대표(三個代表)'로 상징되는 21세기 국가체제하에서 이데올로기의 탈을 벗어 던지고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또한 중국의 가장 큰 문제인 관료주의 타파에도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현실에 바탕을 둔 과감한 개혁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롭게 상무위원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리창춘 광둥성 서기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선양시 정부에서 일하고 있을 때 중국에서 가장 먼저 국유기업 파산제도를 도입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은 당연히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는게 그의 일관된 입장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86년 8월 선양의 방폭(防暴)기계공장을 파산시키기도 했다. 제1부총리로 거론되고 있는 우방궈 부총리 역시 보다 과감한 기업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기업의 합병을 통한 '기업 항공모함'을 주도했던 인물. 주룽지 총리는 이 안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우 부총리의 과감한 추진력은 높이 샀다는 후문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