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3:48
수정2006.04.02 23:49
삼성전기에서 20년간 생산분야 부장을 지냈던 김 모씨(49).
올해초 사업재편성 과정에서 회사를 떠난 그의 현재 직함은 한 중소제조업체의 생활가전제품 사업책임자(사업이사)다.
삼성전기에서 퇴직을 결정한 후 2개월간의 경력지원서비스를 받은 그는 지난 6월 이 직장으로 옮겼다.
직급의 상향 이동은 물론 삼성전기에서 받던 것보다 오히려 10%가량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의 경험과 대기업 조직의 노하우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는데 만족하고 있다.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형태의 아웃플레이스먼트(퇴직자 전직지원) 서비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도 수원의 삼성전기와 경기도 산하 경기도중소기업지원센터(KSBC)가 그 주인공.
상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삼성전기의 우수한 잉여인력들이 KSBC가 엄선한 도내 알짜배기 중소기업으로 재취업해 새인생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기는 자연스러운 조직내 인력 순환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좋고 경기도는 고급인력에 목말라 있는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면서 업계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기업 지자체 중소기업 3자 모두 '윈-윈'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삼성전기 희망퇴직자 28명 중 24명이 경기도내 중소기업에 재취업했고 같은 방식으로 내년 3월까지 1백명의 인력이 전직할 계획이다.
취업이 확정된 24명은 임원급,중간관리급에서부터 일반 사원까지 직급 분포도 다양하다.
이들중 95%이상이 재취업을 통해 직급은 물론 연봉에서도 '업그레이드'되는 기쁨을 맛보았다.
삼성전기 본부인사팀의 유지홍 과장은 "통상 대기업 임원이 중소기업으로의 재취업시 기존 연봉의 70∼80%를 받는 것에 비춰볼때 아주 고무적"이라며 "퇴직자들의 직무경험과 개인취향 등을 치밀하게 분석해서 재취업을 알선하기 때문에 전직하는 사람과 고용하는 기업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의 희망퇴직자들은 최소 4개월간 회사와 스카우트 서비스업체의 전문화된 경력지원 서비스를 받는다.
이 기간중 인사전문가와의 1대1 심층 개인면담은 물론 직무경험 데이터 분석과 직무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추가 교육도 무료로 지원받는다.
KSBC는 경기도 우수 중소·벤처기업인들과의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인력수요를 파악해서 삼성전기와 같은 지역내 대기업의 퇴직인력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고급인력의 도내 잔류를 유도하고 있다.
KSBC의 박종영 과장은 "지역경제의 활성화는 물론 지방행정기관과 중소기업,대기업의 유대관계를 다지는 데도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길러놓은 고급인력 유치를 통해 앞선 경영노하우와 생산기술을 전수받는 효과를 거둘수 있어 대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