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들어온 엔화표시 대출이 3조원대에 달하는 등 급증하고 있지만 엔화대출을 받는 기업은 환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시중은행들은 일본에서 연0.7~0.8%로 자금을 빌린 뒤 국내에서 최고 3.5%의 금리로 빌려주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저금리 엔화자금을 원화로 바꿔 투자하거나 운영자금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엔-캐리 트레이딩(Yen-Carry trading)"이 성행하고 있는 셈이다. 엔-캐리 트레이딩은 '제로'수준에 가까운 일본 자금을 엔화 표시로 빌린 후 이를 달러화나 원화 등 다른 통화로 바꿔 주식이나 채권등에 투자하는 거래를 말한다. 하지만 엔화대출은 환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헤지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게 단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지난 98년 엔-캐리트레이딩 손실문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의 환위험 노출 시중은행을 통해 엔화 대출을 받은 기업은 원·엔 환율이 급등할 경우 환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실제 지난 3월초 외환시장에서는 원·엔 환율이 9백50원대를 향해 떨어질 것(엔화에 대한 원화가치 상승)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시장에선 엔·달러환율은 급락(엔화가치 상승)한 반면 원·달러 환율은 하방경직성(원화가치 상승이 제한)을 보였다. 이에따라 원·엔환율이 당초 전망과는 달리 급등(엔화에 대한 원화가치 하락)했다. 올 3월의 상황이 앞으로 재현될 경우 엔화대출을 받은 기업은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란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지난 98년 일본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부각되며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백47엔까지 수직상승했고 추가상승을 점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같은 전망을 근거로 많은 헤지펀드들이 엔-캐리 트레이딩에 나섰지만 엔·달러환율이 하락반전하자 엔-캐리 트레이더들이 손절매물을 쏟아내 엔·달러 환율이 두달여만에 30엔이상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삼성선물 정미영 연구원은 "올들어 총외채에서 단기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98년 외환위기 당시 수준에 육박하는 것"이라며 "단기 외채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시중은행의 대규모 엔화차입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급한 환위험 헤지 엔화차입 기업들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환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헤지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우선 엔화를 빌릴 때 원·엔 선물환 매수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원·엔환율은 엔·달러와 원·달러의 중복 거래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두 번의 환거래를 해야 하는 원·엔선물환 매도자(주로 은행)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한다. 삼성선물 정 연구원은 "외화거래가 빈번한 대기업이 아니라면 원·엔환율에 대한 헤지를 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며 "환위험 대책이 없는 기업들은 낮은 금리만 보고 엔화차입 비중을 늘리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