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밤샘회의를 여는 등 진통 끝에 8일 새벽 6시께 새해예산안에 대한 계수조정작업을 최종 마무리했다. 올해 예결위의 계수조정소위원회는 대선을 눈 앞에 둔 상황이어서 삭감규모를 놓고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일 시간적 여유가 적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간 정당간 '나눠먹기식' 예산배정 행태나 지역구 의원들의 편법 로비가 이뤄지는 등 구태는 여전했다. ◆막판까지 펼쳐진 로비전쟁=수해복구비로 충당될 증액교부금 3천억원을 둘러싼 정부측과 의원들간 힘겨루기는 이날 아침까지 계속됐다. 민주당 유재규 의원 등 행정자치위 소속 의원들은 "교부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전국 시·도지사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까지 동원,결국 "2천억원 규모의 금년 예비비 예산 등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부대의견을 예산안에 첨부하는 성과를 거뒀다. 계수조정소위 회의실인 522호실의 단골손님인 민주당 김경천(광주 동),송석찬(대전 유성) 의원은 아침 일찍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전남도청의 무안이전 예산 4백50억원이 반영된 만큼 이를 (본청사가 아닌)제2청사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부대조건으로 달아달라"는 쪽지를 회의장 안으로 밀어넣었다. 도청이전을 반대하는 광주시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예결위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러 왔다"는 송 의원은 기자들에게 "과학기술창조의 전당 및 대전 예술의 전당 건립비,올림픽 스포츠센터 설계비 등 2백억원 가량을 예산에 반영시켰다"며 자신의 로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기사회생한 R&D예산=정부출연연구기관 육성예산 등 R&D(연구 및 개발) 예산 1백억원은 예결위에서 삭감됐다가 극적으로 부활됐다. 한나라당 임태희,민주당 김효석 의원 등 국회내 경제통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예결위 관계자는 "무조건 퍼줄 일이 아니더라"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21세기 뉴프런티어 사업의 경우 2002년 상반기 집행실적이 전무하다"며 "R&D예산 만큼 방만한 부문도 없었다"며 정부가 관련 예산을 배정한 것을 비판했다. ◆'나눠먹기'재연=호남전철화사업,전남도청 이전,전남 대불항 등 한나라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삭감을 주장해온 항목들은 원안대로 처리됐다. 그대신 민주당이 삭감을 요구했던 김해공항과 울산항 건설사업 등의 지역예산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협상이 이뤄졌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