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8일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16大)에서 행한 정치보고의 키워드는 '3개대표'다. 그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공산당이 생산력(경제발전),선진문화,광범위한 인민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3개대표 이론을 관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앞으로 이 이론에 따라 더욱 빠르고 깊게 추진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자본가 끌어안기 장 주석이 밝힌 '사영기업 적극 육성'은 더 이상 이데올로기의 굴레에 예속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제운용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이념에 구애받지 않고 공산당이 앞서겠다는 뜻이다. 중국경제가 이처럼 공산주의 이념으로 부터 완전 탈피함에 따라 향후 경제개혁에 가속도가 붙게 될 전망이다. 국유(국영)기업과 사영기업을 같은 반열에 올린 이상 경제에 부담을 주는 부실 국유기업을 끌어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시장이 국유기업의 생존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중국 금융당국이 외국기업도 지분투자를 통해 중국의 상장 국유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게 이같은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위해 장 주석은 "사유재산 보호를 법률로 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장 주석은 특히 "이제 자산 계급도 우리 편"이라고 강조,노동자와 농민의 정당임을 자처했던 그동안의 노선에서 이탈했다. 일각에서 '중국 공산당의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외개방의 폭도 넓어진다 장 주석은 대외경제 분야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중국이 그동안 외국 투자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이제는 밖으로 나갈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이룩한 경제발전에 따라 앞으로는 해외투자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장 주석은 또 "외국 투자기업에 국민기업 대우를 적용,외자기업과 중국기업간 공정경쟁을 유도하겠다"면서도 "개방의 문을 보다 과감하게 열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장 주석은 "외국 투자가 국내 산업 구조개혁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특히 서비스분야 개방을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적으로는 금융분야가 꼽히고 있다. 최근 상하이 및 선전증시에 상장된 'A주(株)'를 외국인에게 개방한 게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조치로 중국은 자본시장 개방의 거보를 내딛게 됐다. 특히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고 있는 원자바오 부총리가 중국 금융개혁의 밑그림을 그려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개혁속도가 크게 빨라질 전망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