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3:53
수정2006.04.02 23:55
세계 여성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도시로 손꼽히는 파리.
지평선 아래로 사라진 태양의 그림자가 도시를 감싸면 여행자들은 또 한 번 '파리 서정'에 잠길 채비를 서두른다.
아름다운 거리와 화려한 조명이 만든 야경의 유혹에 빠져.
세계 최대의 미술관, 루브르.
평일 낮에도 입장객들이 긴 줄을 늘어뜨릴 만큼 붐비는 이곳이 파리 야경 여행의 출발점이다.
18세기 말에 지어진 미술관(원래는 궁전으로 사용되었던)은 환한 조명을 받아 그 섬세한 장식 하나까지 또렷하다.
그 한 가운데 놓여진 유리 피라미드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설계되어 아이러니한 조화를 이룬다.
주요 골격을 제외하고는 온통 유리로 뒤덮인 탓에 더욱 화려하게 반사되는 불빛.
1989년 지어진 뒤 루브르의 야경이 이 보다 더 완벽할 수 없을 거란 찬사를 받고 있다.
노천카페와 쇼핑 거리로 유명한 샹젤리제 대로는 고급스러운 야경으로 유명하다.
이 거리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개선문과 꽁꼬드 광장은 불빛을 받아 그 웅장함을 더하고 있다.
꽁꼬드 광장의 상징은 이집트 상형문자와 군선 제작도가 새겨진 금빛 오벨리스끄.
그 주위로 빛을 가득 머금은 분수와 루이 15세의 기마상이 섬세한 미감을 전한다.
하지만 이 화려함에 취한 사람들은 프랑스 대혁명 후 단두대가 설치되었던 곳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마리 앙투아네트, 로베스피에르 등 1,343명의 삶이 여기서 마감되었다.
'조화(꽁꼬드)'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도 그 피의 역사를 마감하기 위해서였다.
에펠탑과 함께 파리의 상징이 되어버린 대형 회전그네(La Route de Paris)도 여기에 세워져 있다.
에펠탑은 시네마테크와 자연사 박물관이 있는 샤이요궁에서 바라볼 때 그 모습이 가장 온전하게 빛난다.
궁의 난간에는 알제리를 비롯한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숨어 들어온 이주자들이 몰려 있다.
갖가지 기념품을 팔거나 거리 공연을 벌이며 하루의 벌이를 시작할 때 에펠탑이 야경으로 빛난다.
파리의 센 강을 가로지르는 32개의 다리들 역시 나름의 화려한 야경을 뽐내고 있다.
여행자들은 특히 금빛 조각 장식이 눈부신 알렉상드르 3세 다리와 퐁 네프(퐁은 불어로 다리라는 뜻)를 지나치는 법이 없다.
영화의 무대가 돼 유명해진 곳이 퐁 네프지만 막상 가보면 기대를 저버린다 해도 좋을 만큼 초라하다.
하지만 다리 난간 곳곳에서 센 강의 물결을 바라보는 연인들의 모습이 낭만적이다.
이 즈음 보다 강렬한 밤의 향기는 몽마르뜨 언덕 아래의 명소 물랭 루즈(Moulin Rouge)에서 피어난다.
화려한 무대, 현란한 의상과 춤의 무희들로 파리 카바레 문화의 메카로 대접받는 곳.
영화에서처럼 붉은 풍차가 눈길을 끄는 이 곳은 정장, 혹은 최소한 재킷이라도 걸쳐야 입장할 수 있다.
이 곳만큼 유명한 샹젤리제의 '리도(Lido) 쇼'나, 더 진한 몸짓으로 유혹을 발산하는 '미친 말'(Crazy Horse) 쇼 역시 파리의 밤을 채워 가는 여정에 동참하고 있다.
남기환 (객원기자)
취재 협조 =KLM항공(02-735-0226), 프랑스정부관광성 한국사무소(02-776-9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