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주 < 대우증권 전문위원 > 주가가 회사의 가치를 반영한다고 주장하는 가치투자자들은 이를 "신사와 개"의 관계에 비유한다. 신사와 개가 같이 길을 가면 신사(=기업의 가치)는 목적지로 바로 걸어가지만 개(=주가)는 옆에 붙어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온갖 짓을 다 하며 간다. 그러나 결국은 개도 신사가 가는 목적지에 같이 도착한다. 어떤 사람들은 개의 예민한 감각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신사가 어디로 가야 될 지 모른다면 개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안다고 하더라도 확실하지 않으면 개의 움직임을 보고 방향을 잡을 수도 있다. 맹인도 개의 도움을 받지만 사냥꾼도 개를 뒤따라간다. 주가가 회사의 가치를 반영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다음의 두 가지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하나는 앞으로 회사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기 어렵다는 것. 회사의 가치란 미래에 일어나는 일에 따라 결정되는데 미래는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회사의 미래에 영향을 주는 것은 너무나 많다. 단지 최대한 예측력을 높이려고 노력할 뿐이다. 가치투자자들이 인정해야 하는 나머지 한 가지는 "심리(감정)"가 판단력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이 심리를 통제하기 보다 심리가 사람을 움직이는 경우를 수없이 많이 본다. 특히 돈과 관련되면 심리는 더 큰 힘을 드러내 투자가의 행동을 결정해 버리고 만다. 경제학이나 교과서에 나오는 투자이론은 인간이 언제나 합리적인 판단아래 행동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두 사람은 "인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많은 경우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 두 사람은 인간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를 실험을 통해서 입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그냥 1만원을 받든가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2만원을 받고 뒷면이 나오면 아무것도 못받는 경우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많은 사람들은 동전을 던지지 않고 1만원을 받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받는 금액이 커질수록 동전을 던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반대로 1만원을 내놓던가 아니면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2만원을 주어야 하고 뒷면이 나오면 주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전을 던지는 쪽을 선택한다. 인간의 이런 행동은 심리를 고려하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런 것을 심리회계라고도 부른다. 이를 단순히 현상이 아닌 인간 두뇌의 작용으로 설명하려는 연구도 있다. 인간의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증권시장에는 수많은 투자격언들이 돌아다니는데 대부분은 이런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을 빗대서 나온 것이다. 특히 비합리적인 행동이 군중심리로 확산되면 이것은 더 큰 힘을 드러낸다. "틀리더라도 같이 틀리면 바보"라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수와 다른 의견을 내기 위해선 큰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가끔씩 찾아오는 주식시장의 버블과 붕괴에서 군중심리가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결국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려면 투자가는 회사의 미래 모습이 어떻게 될지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하지만,동시에 자신의 심리를 통제할 수 있고 군중심리를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군중의 지나친 낙관과 비관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는 비교적 손 쉽게 투자에 성공할 것이다. 군중이 지나치게 비관적인지 낙관적인지를 짐작하려면 투자가는 당연히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독립적인 판단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판단이 들면 고집 부리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버릴 줄 아는 지혜와 겸손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