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크 전쟁이 당장 일어날 수는 없게 됐다. 유엔의 대 이라크 무장해제 결의안이 무기사찰 및 결과보고까지 최장 1백5일의 기간을 부여하고 있고,이라크도 결의안을 일단 수용할 뜻을 비췄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10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8일 만장일치로 승인한 이라크 결의안(1441호)을 "조용히 검토 중"이라며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물론 이라크가 이 결의안의 수용을 거부하면,미국은 언제라도 이라크를 공격할 수 있다. ◆내년 2월까지는 전쟁없을 듯=결의안이 부여한 사찰 및 보고시한이 끝나는 날은 내년 2월21일이다. 따라서 이라크가 그때까지 무기사찰 방해 등의 '중대한 위반(material breach)'행위를 하지 않는 한 전쟁을 의미하는 '심각한 결과(serious consequences)'는 초래되지 않는다. 그러나 결의안을 수용한 후 이라크가 사찰단의 무기사찰을 방해하거나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도 사찰단의 본격적 활동개시 시한인 12월23일 이전에는 공격할 수 없다. 미국과 영국 주도로 이뤄진 결의안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궁을 포함,모든 이라크 시설을 사찰할 수 있는 권한을 유엔에 부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유엔동의 없이도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결의안에는 군사행동에 대한 사전 승인여부가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美,병력 25만명 투입준비=결의안 통과로 미국은 언제든 이라크를 공격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다. 미국은 무기사찰단이 후세인 정권의 무장을 해제시킬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확신,공격준비를 거의 완료한 상태다. 이와 관련,뉴욕타임스는 9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최대 25만명의 대규모 육해공군 병력을 투입,신속하게 이라크내 진지를 구축해 한달내 후세인 정권을 와해시키는 군사작전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일간 가디언도 군사전문가들의 말을 인용,"미국이 내달 중순까지는 전투태세를 완비하고 영국도 병력 2만명의 준비태세 완료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가장 좋은 공격시점만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내년 2월께 공격기회를 얻지 못할 경우 내년 10월께에야 이라크공격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3~9월은 사막의 무더운 여름철이어서 전쟁을 수행하기에 불리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