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본격적인 입시철을 맞아 대학마다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취업 시즌을 맞은 기업도 우수 인재 확보에 발벗고 나섰다. '우수한 인재가 곧 경쟁력'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대학과 기업이 상대로부터 배울 점은 무엇일까. 또 어떤 점을 기대하고 있을까. 기업의 CEO(최고경영자)가 대학의 CEO인 총장을 만나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인 '우수한 인재 확보'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기획대담-경희대학편'을 싣는다. 조정원 경희대 총장과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지난 4일 경희대에서 만났다. ----------------------------------------------------------------- ▲ 조정원 총장 =이제 대학도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문의 세계와 현실적 요구를 적절히 조화시키는게 중요하지요. ▲ 박찬법 사장 =요즘 기업들은 "사람은 많은데 인재는 드물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제화 시대에 기업들도 세계화된 인력이 필요하죠. 외국어는 기본중의 기본이죠. ▲ 조 총장 =경희대는 국제화를 위해 지난 60년대부터 외국의 대학들과 학문.학생 교류를 해왔지요. 미국 호주 등의 대학들과는 현재 실시간 인터넷 화상강의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학생들에게 해외 봉사활동도 장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99년엔 1백17개국 1만7천여명이 참가한 서울 세계 NGO(비정부기구) 대회를 개최하는 등 학생들을 국제적인 리더로 키우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 박 사장 =국제화된 인력을 키우는데 큰 걸림돌중 하나가 획일화된 학생 선발체제 아닌가 싶은데요. 대학도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선발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 조 총장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우수한 학생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대학, 특히 사립대는 그 설립목적과 취지에 걸맞게 자율적으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희대는 앞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입시라는 무거운 짐에서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컴퓨터 예체능과 같은 분야에서 돋보이는 능력을 지닌 고교 1.2학년들을 대상으로 한 '입학예약제'를 2∼3년 안에 도입할 생각입니다. 고3의 경우에도 수능성적에 상관없이 각 분야별로 특출한 인재를 미리 뽑는 방식도 검토중입니다. 기여입학제도 적극 도입할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경희대는 남과는 다른 자기만의 특성을 지닌 '21세기형 인재'를 육성하려고 합니다. ▲ 박 사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중 하나가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지요. 아시아나항공의 비전중 하나도 '취업선호도 1위 기업'이지요. 대학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많이 양성해야 기업도 채용을 늘릴 수 있습니다. ▲ 조 총장 =대학에서 기업 입맛에 맞는 인재를 배출하기를 원한다면 기업들의 채용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기업들이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종에서만이라도 전공 가산점제를 두거나 일정 비율 만큼은 특정 학과 학생들끼리만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든다면 대학들의 커리큘럼도 실무중심형으로 바뀔 것입니다. ▲ 박 사장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0년부터 지도교수의 추천서가 없으면 지원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입사시험이나 면접보다는 교수가 직접 학생 개개인의 장단점을 평가해 주는 추천서만으로 학생들을 뽑을 수 있도록 대학도 기업도 함께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조 총장 =경희대의 경쟁력은 차별화된 전문분야와 국제화된 커리큘럼입니다. 의학계열은 의학과에서 한의학과까지 의학의 전과정을 갖춰 유기적인 연구와 학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라고 평가받는 한의대는 '대체의학'을 발전시키고 있죠. 관광학부도 매년 많은 학생들이 몰리는 등 21세기형 실용학문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의학 태권도 한국학 등에서 경희대의 우수성을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데요. 올해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과 침구학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며 유럽지역에 한국학 캠퍼스를 세울 예정입니다. 중국의 북경중의학대학과는 신약개발협정을 맺어 내년부터 중의학과 한의학을 공동으로 연구할 계획입니다. ▲ 박 사장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능력과 업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대학도 기업의 경영방식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요. ▲ 조 총장 =맞습니다. 경희대도 앞으로 단과대학별 평가를 통해 단과대가 자율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업무.경영 실적에 비례해 예산을 차등지원해 경쟁력을 갖춰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연구실적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 수주 △기금조성 △국제화 등이 평가의 주요 기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사립대와 국립대를 획일적으로 관리하는 정부방침이 바뀌어야 합니다. ▲ 박 사장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동과 관련해 기업들이 지금까지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했던게 사실입니다. 장기적인 연구와 협력을 위해 대학이 기업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 조 총장 =연구개발(R&D) 능력으로 따지면 대학만큼 풍부한 곳이 없는데도 기업들은 따로 땅을 사서 별도의 연구소를 짓곤 하지요. 한국 기업들이 따로 돈을 들여 자체 연구소를 설립하고 외국 R&D 인력을 수입하기보다는 국내대학이 지닌 우수한 연구인력과 성과를 적극적으로 이용했으면 합니다. 정리=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