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 KOREA] 크리스티안 스토클링 <쥴릭파마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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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 전문 유통업체 쥴릭파마코리아가 제약사를 위한 '비핵심 사업의 비용과 효율을 높여 주는 서비스 제공 업체'를 표방하고 98년 들어왔을 때 국내 약도매상들의 반발은 거셌다.
자본과 노하우를 앞세운 외국의 '공룡'이 국내 제약 유통 시장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들이 걱정했던 대로 쥴릭파마는 현재 우리나라에 지사를 가진 다국적 제약사 18개중 13개를 고객으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국내 제약 유통에서 쥴릭파마가 차지하는 점유율도 당시 5%에서 8%로 늘었다.
하지만 아직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다.
크리스티안 스토클링 쥴릭파마코리아 사장은 "이 시장에선 독점이란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말한다.
"미국과 유럽 전역엔 각각 세 개의 도매상이 있지만 한국엔 3백개가 넘고 국내 최대라는 백제약품과 동원약품 점유율도 한 자리 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토클링 사장은 "국내 제약 유통 업계가 일본이 15년 전 그랬던 것처럼 통합 태풍을 조만간 겪어 전국망을 가진 도매상이 탄생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규모의 경제라는 원칙을 무시할 수 없는 거죠. 우리가 하는 일도 같은 논리예요. 우리는 여러 제약사의 유통과 영업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전국에 6개 물류센터와 1백70여명의 영업사원을 둘 수 있어요. 제약사 입장에선 비핵심 사업을 아웃소싱함으로써 비용은 아끼고 효율은 높아지는 겁니다."
쥴릭파마는 비용이나 효율성뿐 아니라 전문성 면에서도 인정을 받은 듯하다.
베링거 잉겔 하임의 송재인 마케팅 담당 부장은 "기존 도매상은 약국에서 주문한 대로 약을 배달만 주지만 쥴릭파마 직원들은 상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고 있어 판촉을 포함한 영업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베링거 잉겔 하임 같은 많은 다국적기업들은 약국 영업을 쥴릭파마에 맡기고 의약분업 실시 후 비중이 커진 의원에 대한 공략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쥴릭파마는 해마다 두 자리 수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해 왔지만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현재 쥴릭파마 고객 13개사는 모두 외국기업뿐이다.
국내 제약사로 시장을 넓히지 못하면 성장은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
스토클링 사장은 "국내 제약사들이 아직 우리를 잘 몰라서 일을 안 맡기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SK케어베스트 동부약품 성창약품이 합쳐져 최근 탄생한 최초의 로컬 경쟁자 '지오-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지오-영의 설립은 우리한테도 이득입니다. 국내 제약사들한테 우리 같은 회사가 어떤 혜택을 갖다 주는지 알려질테니까요. 경쟁은 동기 부여를 한다는 점에서도 꼭 필요하죠."
'쥴릭파마'는 스위스 제약사 쥴릭그룹이 1939년 필리핀에 진출하면서 수입유통을 위해 세운 회사로 본사는 홍콩에 있다.
2000년도 매출 20억달러, 임직원 5천명으로 아시아 15개국에서 1백25개 다국적 제약사를 고객으로 확보해 놓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