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망] 1,200원 하회 여지 증폭, "바닥 찾기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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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추가 하락의 가닥을 잡았다. 특히 100원 단위의 레벨 조정 가능성이 커졌다. 1,200원 지지 여부가 시험대로 올랐으며 하락 기세가 좀 더 강화될 여지를 품고 있다.
11월 둘째 주(11.11~11.15) 환율은 추가 하락선을 놓고 시장의 하향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 제반여건이나 심리 모두 하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달러/엔 환율에, 대내적으로는 외국인 주식순매수 등 공급요인이 영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1,100원대 환율이 가시권에 들어옴에 따라 추세 판단의 실마리가 잡힐 여지가 생겼다.
무엇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가치 하락의 궤적을 그리고 있는 미국 달러화의 움직임에 시장의 시선이 몰려있다. 특히 이라크 무기사찰 관련 UN결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미국의 이라크공습 가능성이 확대돼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확대됐다.
◆ 1,200원 붕괴이후 = 한경닷컴이 외환딜러 18명을 대상으로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96.83원, 고점은 1,218.22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206.80원과 고점인 1,224.40원에서 하향한 수준.
조사결과, 아래쪽으로 10명이 '1,200~1,202원'을 저점으로 지목, 1,200원에 대한 지지력 확보를 예상했다. 이어 5명이 '1,195~1,198원', 각각 2명과 1명이 '1,190원', '1,18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쪽으로는 9명의 딜러가 '1,220원', 이어 7명이 '1,215~1,218원'을 고점으로 지목, 1,220원이 강한 저항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머지 각각 1명씩 '1,210원'과 '1,223원'이 상승의 한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이같은 전망치는 지난주말 뉴욕장에서 달러/엔 환율의 급락을 배제한 수치임을 고려, 추가로 하락폭이 커질 여지가 있다.
◆ 지지선 차례로 함락 = 지난주 환율은 바닥찾기 과정이 꾸준하게 형성됐다. 수요일 하루를 제외하고 하락 흐름이 이어졌다.
환율은 주초부터 지지선 테스트 장세가 득세, 1,220원부터 차례로 1,214원을 뚫었다. 외국인 주식순매수 자금 등에 기대, 달러매도가 우세했고 달러/엔의 하락이 시장에 하락 압박을 가했다.
이에 따라 환율은 금요일에 1,210원마저 뚫고 8주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207.40원에 마감했다. 직전주 종가(1,225.20원)보다 17.80원이 하락한 것.
◆ 매력잃은 달러화 = 미국 달러화가 급속도로 힘을 잃고 있다. 지난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이후 이같은 흐름이 가속도를 붙였다. 예상보다 큰 50bp(0.5%포인트)의 금리로 미국 경제회복이 그만큼 힘들어졌다고 시장에 인식됐다.
미국 경제가 금리인하를 배경으로 증시가 상승하고 긍정적으로 회생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을 압도한 것.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고수를 결정, 미국(1.25%)과 유로(3.25%)의 금리차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유로표시 자산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반면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메릿이 감소, 국제자금이 미국에서 이탈하고 있다.
엔화의 경우도 이같은 달러화 약세 흐름 속에서 힘을 받았다. 달러/엔은 지난주말 1달 보름여만에 120엔을 하향 돌파하며 119.76엔에 마감, 직전일 종가 121.13엔에서 크게 하락했다. 달러/원의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한 주를 출발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계기가 주어졌다.
일본은행(BOJ)의 개입과 단기 급락에 대한 경계감이 일정하게 자리하겠지만 시장은 달러 가치의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단 월요일 뉴욕이 '재향군인의 날'로 휴장, 등락은 크지 않을 것으로 엿보고 있다.
다만 일본 경제 상황도 엔화 강세를 일방적으로 흡수할 상황이 아니다. 추가 급락의 가능성은 다소 미약하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글로벌 달러 약세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분위기와 심리가 아래로 몰려 있던 터에 달러/엔 하락이라는 빌미가 제공돼 1,200원 밑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수급상황은 뒷전, 이라크결의안 통과의 함수 = 수급상으로 대체로 물량 공급이 예상에 미치지 못함을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 주식 '사자'가 지난주 계속 이어졌지만 실제 출회됐던 주식자금은 예상에 미치지 못했던 것.
이번주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이어져도 시장 압박의 요인은 다소 희석될 수도 있다. 네고물량의 공급도 통상적인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상선 관련 물량은 실제 공급의 확인까지 그 영향력은 유보적이다.
반면 매수세도 크게 부각될 이유가 없다. 역외매수세도 뜸해졌으며 달러/엔의 반등이 어렵다면 달러매수할 이유가 그다지 없다. 저가 결제수요 등이 하락을 제어할 정도.
아울러 2개월 가량 끌어왔던 UN결의안이 마침내 채택, 국제 정세가 새 국면에 들어섰다. 시장에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주목꺼리다. 국제 유가 등의 움직임도 미국의 이라크 공습 프리미엄이 재차 가세하고 있다.
UN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라크 정부에 무장해제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만일 후세인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을 경고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미국의 수정 이라크 결의안을 채택했다. 특히 미국은 유엔 동의없이 군사행동에 나설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이라크는 결의안 채택에 대해 "조용히 검토중"이라며 수용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유엔 결의안이 무기사찰 및 결과보고까지 최장 105일의 시간을 부여, 당장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연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