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3:55
수정2006.04.02 23:58
2000년 설립된 한국기술거래소가 지난 3년간 성사시킨 거래는 1백20여건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68건은 무료로 거래를 알선해 주던 지난 2000년에 성사됐다.
2001년 하반기부터 유료로 바뀌면서 2001년 거래는 40건으로 줄어들었으며 올해에 들어와서는 12건에 머물고 있다.
한국기술거래소뿐만이 아니다.
80년대부터 자체 기술을 다른 기업 등에 이전하거나 거래를 알선해온 기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지난 91년부터 최근까지 50여건의 기술거래를 성사시키는데 그쳤다.
연 평균 4건에 머무른 것이다.
정부출연연구소의 경우에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난 5년간 연 평균 10~20건의 기술을 이전하는데 그쳤다.
◆ 기술거래에 대한 관념이 부족하다 =정부는 2000년 초 기술거래촉진법을 제정하고 2001년 기술거래사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올 7월에는 전국 46개 국공립대에 기술이전 전담조직을 설치토록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변화를 찾기는 어렵다.
그 이유로는 △기술을 돈주고 사고 판다는 관념이 제대로 서있지 않고 △전문성있는 평가기관이 부족하며 △금액제한제 등 제도가 꼽히고 있다.
기술거래업체인 피앤아이비의 강인규 사장은 "기술거래 상담이 깨진 원인은 거의 돈 때문"이라면서 "국내 업체들이 국내 기술에 대해 불신하고 폄하하는 바람에 금액을 낮추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형복 ETRI 지적재산팀장은 "해당 기술의 특성이나 경제성 등과 관계없이 모든 기술에 대해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가격 규정도 한가지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연구개발관리규정에 따르면 '착수금(initial payment)은 투입 연구비의 10% 미만, 경상기술료(running royalty)는 매출액의 5% 미만'으로 돼있다.
이 팀장은 "일본도 예전에는 경상기술료를 매출의 2∼4%로 제한했다가 90년대 말 기술의 수익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면서 "가격 제한을 풀면 헐값에 팔 수 없어 사장된 기술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업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이공래 박사는 "정부산하 기관의 경우 기술거래·이전 담당업무를 어느 한곳에 맡기지 않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산업기술평가원 KISTI 기술거래소 등으로 담당 기관을 바꾸고 역할을 분산시킨 것도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 기술 검증기관도 부족하다 =바이오 환경 분야 등에선 기술의 검증체계가 부족한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기술거래소 이근임 박사는 "의대 교수 출신 벤처기업인이 항암제 기술을 판매하려다가 엄청난 효능 테스트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했다"며 "보다 싸게 효능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관련기관의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성테스트 기관중 첫손에 꼽히는 한국화학연구원의 경우 신청한 뒤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며 "공신력있는 기관이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 기술사업화에 금융지원해야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R&D 투자의 사업화 성공률은 10% 선에 머물고 있다"며 "이로 인해 상당수 업체에서 기술의 사업화를 포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각 업종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금융지원 제도를 개발해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 기술거래소 등 공적기관 활성화돼야 =우리나라가 동북아 R&D 허브가 되기 위해선 기술거래소를 비롯한 거래기관의 활성화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임창만 한국기술거래소 본부장은 "국내 대기업의 경우엔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원하는 기술 정보를 입수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지만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의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면서 "한국시장에 대한 정보를 거의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을 위해 기술정보를 제공하고 거래도 중개해 주는 공식 채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
[ 협찬 : 삼성 포스코 산업기술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