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 몸 담았던 행정부에 쓴소리를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지금은 이런저런 일로 정부와 많이 부닥치는 로펌(법률사무소)에서 일하니까요. 하지만 이젠 누군가가 행정부의 실상을 밝혀 실질적인 정부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법무법인 바른법률의 임영철 변호사는 행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한 그의 저서에 대한 기사가 나간 11일 각계로부터 수많은 전화를 받았다. 이중에는 '속이 시원하다'는 칭찬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핀잔을 압도했다고 그는 전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임 변호사가 전한 행정부의 실상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는 국민과 기업 앞에서는 목소리에 힘을 주는 관료들의 이면에 깔려 있는 극심한 무능력이 적나라하게 실려 있다. 임 변호사가 6년간 가까이서 지켜본 우리 정부의 능력은 '법률 하나도 제대로 만들 수 없는 수준 이라는 것'. "다행히 일본에 비슷한 법률이 있으면 번역해서 씁니다. 하지만 이럴 때조차 밥그릇을 챙기려는 담당부처의 의도로 이상한 조항이 들어가지요. 번역담당 실무자가 이해 못하는 규정은 아예 빼버립니다. 여기에 부처간 협의와 국회 심의까지 거치면 손 대기 힘들 정도로 기형화됩니다." 정부의 무능력만큼이나 걱정스러운 것은 '내가 다 해결해주겠다'는 공무원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임 변호사는 주장한다. 민간의 실력이 정부를 앞선지 오래인데도 '개발연대'의 향수에 젖은 일부 고위공무원들이 자꾸만 시장에 개입하고 규제를 신설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정부의 개입정도가 심할수록 시장이 피폐해진다는 것은 이미 경험을 통해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도 말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엘리트들이 밤새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고민하면서도 이런 한심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를 임 변호사는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구조에서 찾았다. "공무원들이 소신있게 일할 수 있을 때 한심한 '짓거리'들이 사라질 겁니다. 젊은 엘리트들이 공무원 생활 몇년 만에 자조감에 빠지는 상황을 언제까지 그대로 둘 건지 대선 후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오상헌 사회부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