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FTA 전쟁중'] 한국 "한박자 늦고 전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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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전세계에서 일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전쟁'에 본격 발을 내딛는다.
정부는 지난 99년말 이후 3년여를 끌었던 칠레와의 협상을 지난달 난산 끝에 마무리지은데 이어 14일 싱가포르측에 FTA 협상을 공식 제의할 예정이다.
일본과 진행중인 산.관.학 FTA 공동연구도 내년말까지 연구활동을 마친 뒤 정부간 협상에 조기 착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멕시코에 대해선 내년중 공동연구에 착수, 이르면 2004년부터 협상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민간 부문에서도 FTA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오는 22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되는 '제1회 한.중.일 비즈니스 포럼'에서 3국간 철강 FTA를 통해 철강 교역을 무관세화하는 방안에 대해 깊이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그동안 'FTA 무풍지대'로 남아 있던 중국과 일본 등 인근 국가들이 '자유무역 짝짓기'에 잰걸음을 하면서 한국의 대응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농산물 생산국인 중국 미국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에 대해선 주요 교역 파트너임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장기 과제로 넘기는 바람에 FTA 실익을 제대로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한박자 늦은 FTA 추진
정부가 FTA 협정의 두번째 파트너로 싱가포르를 고른데 대해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다.
동남아 시장을 움직이는 아세안과는 농산물 등 민감 품목에 대한 국내 반발 여론을 의식, FTA 협상을 유보한 채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를 짝짓기 대상으로 점찍은 것은 'FTA 건수 늘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국이 주춤거리는 사이에 주변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아세안과의 FTA 협상 돌입을 공식 선언했다.
동아시아 경제를 주도하기 위한 FTA 선점 경쟁에서 한발짝 밀려난 셈이다.
더군다나 이달 초 중국이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3국간 FTA 공동연구를 제안하는 바람에 동북아 FTA 논의에서도 주도권을 빼앗겼다.
또 중남미의 거점 국가인 멕시코와의 협상도 일본에 선수를 내줬다.
◆ FTA 전략 새로 짜야
정부가 싱가포르를 FTA 협상 대상국으로 낙점한 것은 칠레와의 협상과정에서 애를 먹은 농산물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향후 FTA 파트너를 선정할 때 민감 품목 유무와 상대국 선호도, 교역 규모 등을 주요 잣대로 활용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 미국 EU 등 FTA 체결 효과가 큰 주요 교역 상대국들을 농산물 생산국이라는 이유로 협상 대상에서 배제할 경우 '절름발이 FTA 국가' 신세를 면키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인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동서남아팀장은 "칠레와의 협상에서 주요 농산물을 FTA 대상에서 빼거나 관세철폐 유예기간을 설정함으로써 국내 농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례를 남겼다"며 "다른 주요 교역국과도 일부 핵심 품목을 제외하고 협상에 나설 경우 FTA 추진에는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부처 또는 이해집단간의 이견 조정을 포함한 대내 협상이 전체 협상에서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며 "취약 산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 이해 당사자의 반발을 최소화하는게 FTA 성공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