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y@nca.or.kr 우리나라에는 해마다 겪는 홍역이 있다. 대입 수능시험이 그 놈이다. 염주를 손에 감고 간절히 기도하는 어느 어머니의 모습은 필자의 가슴까지 애처롭게 만들다 못해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가 않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홍역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다름 아닌 대학 졸업생들의 취직 전쟁인 것이다. 수능을 거뜬히 치러내고 4년을 열심히 공부한 졸업생들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생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년간 취직을 못해 얼굴을 못 들고 다니는 대학 졸업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요즘은 최고 대학의 최우수 학생들이 죄인처럼 지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학이 이를 모를 리 없고,그래서 많은 대학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대학에 대해 몇 마디 하고 싶다. 필자가 일하는 직장에서 10여명 뽑는 공고에 6천여명씩이나 지원하는 것도 충격이지만 매번 사람을 뽑을 때마다 원하는 사람은 가물에 콩 나듯 하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생이면 문제는 찾을 줄 알았으면 한다. 우리 교육은 어찌 된 일인지 문제는 주어지는 줄 알고,답만 찾으려 든다. 문제가 없으면 답도 없고,문제가 없으면 일도 없는 것이 아닌가. 문제를 알지 못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문제라면 수능문제같이 푼다는 생각만 한다. 그러나 세상사는 그런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문제삼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고,남들과 이해나 견해가 달라 문제가 되는 경우는 더 많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답은 풀어서만 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답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우선 문제라도 알았으면 하는 것이다. 제발 진솔(眞率)했으면 한다. 면접시 단순한 사실관계만을 묻는데도 답을 계산하는 사람이 많다. 신뢰 여부를 묻는데 이해 득실만 따지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신뢰는 사람과 조직을 지탱하는 변하지 않는 요소이고,신뢰는 진실만을 먹고 자라는 것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 싶다. 공자가 제자 중 가장 어리석은 증자(曾子)를 후계자로 삼은 이유가 스승이 일생동안 추구한 문제,즉 '바르게 익힘(忠)'과 '익힘의 교육(恕)'을 알고 진솔하게 실천할 사람이었다는 일화를 대학졸업생은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