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률사무소에 몸담고 있는 A 변리사는 국제특허업무를 하면서 겪어야 하는 고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객인 외국계 회사로부터 특허등록에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항의를 듣기가 일쑤다. 그나마 이는 적당히 둘러댈 수가 있다. "특허청의 심사관이 부족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설득한다. 그러나 업무를 추진하면서 일어나는 실수로 인해 골탕을 먹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특허등록료 납부기한을 넘겨 특허권을 잃어버린 경우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물론 지적재산권 보호장치가 강화되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온라인 출원제도를 도입, 실시하고 있다. 특허행정 전산화를 위한 키포넷(KIPOnet)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아시아 등의 후발국에 특허전산화 시스템과 관련기술을 이전할 수 있을 수준에 이르렀다. 대덕의 국제특허연수부에서는 동남아 등의 관계자들을 초청, 지적재산권 전문가 양성 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선 아직까지 제도적으로나 운영면에서 훨씬 뒤져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적재산권 보호의 핵심인 특허심사에 걸리는 기간이 21개월로 독일(10개월) 미국(13.6개월) 등에 비해 길다. 특허청 심사관과 심판관의 경력부족도 문제점의 하나다. 이들의 상당수가 5년미만의 경력을 갖고 있다. ◆ 지적재산권 분쟁해결 채널이 부족하다 =미국은 지재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무역위원회(ITC)를 활용하고 있다. ITC의 강점은 조사를 시작한 때부터 1년 안에 최종결정을 내려준다는 것이다. 법원을 통해 특허침해에 대한 민사소송을 진행할 경우 3년 이상이 걸리는데 비해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결국 외국기업들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사업을 위한 준비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천석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서천석 변리사는 "미국 ITC에선 수백여명의 전문가들이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뛰고 있지만 ITC와 비슷한 산업자원부의 무역위원회는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역위원회를 더욱 강화해 ITC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영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출원제도'도 도입되지 않고 있다. 가출원제도란 외국기업이 외국어로 된 서류를 제출한 후 정해진 기간(예를 들어 1년) 내에 한글로 번역된 정식서류를 내면 외국어 서류를 접수시킨 때부터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제도 도입을 통해 외국기업들이 어려운 기술용어를 번역하는데 시간을 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국가간 지적재산권 상호 인정해야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선 우선 미국특허청 일본특허청 유럽특허청(EPO)이 추진 중인 상호 특허인정제도에 참여해야 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세계 특허의 84%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일본 유럽은 상호간 특허를 인정해 주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나라도 여기에 참여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싱가포르 중국 대만 등과도 상호 특허인정제도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휴먼 인프라 구축해야 =지난 94년 연세대 법무대학원에 지적재산권 전공과정이 처음으로 개설됐다. 96년엔 고려대 경희대 한남대에, 98년엔 국민대 인하대에, 2000년엔 충남대 배재대에 관련 학과, 대학원이 선보였다. 변리사 시험제도와 특허청의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현행 지적재산권 전문가 프로그램은 비즈니스 모델(BM)특허, 유전자 특허, 기술가치 평가 등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기는 어렵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허컨설팅사인 테크란의 김정진 대표는 "미국의 지적재산권분야 전문가들은 법률과 기술 지식을 함께 갖추고 있어 특허정보 조사나 경쟁사의 기술동향 조사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학제간 교육을 받은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경영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삼성 포스코 산업기술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