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채권 처리가 신속한 구조조정에 큰 걸림돌로 부각되고 있어 걱정이다.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부실기업들의 밀린 세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인수후보자와 채권단, 그리고 세무당국이 신경전을 벌이는 바람에 적지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부실기업들이 한두개가 아닌 현실을 감안하면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관계당국은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처리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매각작업이 여러차례 무산된 끝에 일본의 야마토공업과 본계약을 체결했으나 회사정리계획 변경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주)한보나, AK캐피탈과 가격협상을 마무리하고서도 본계약 체결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한보철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수기업 측에서는 조세채권 탕감을 원하고 있지만 세무당국은 근거규정과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전액상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매각작업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조세채권 문제가 불거진 까닭은 갑자기 구조조정 사례가 크게 늘어난데다, (주)한보의 경우 그 금액이 1천1백47억원이나 되고 한보철강은 2천3백억원이 넘는 등 과거에 비해 조세채권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 탓도 없지 않다. 세금문제가 걸림돌인 것은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동아건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철도청에서 공사대금을 받아 밀린 임금과 자재대금을 내야 파산절차가 진행되는데, 체납중인 2천3백36억원의 세금을 내야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다는 대목에 걸려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파산법인의 특수성을 인정해 "납세완납증명서를 제출해야 정부공사 대금을 준다"고 규정한 국세징수법에서의 관련조항 개정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국세청과 채권단 어느 한쪽을 편들 생각은 전혀 없다. 조세채권을 탕감해줄 경우 매각대금중 채권단에 돌아가는 몫이 커지고 아니면 반대로 되는 일종의 '제로섬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쪽도 양보를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조세채권도 상환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에 법인세 양도소득세 등의 감면규정을 신설한 전례를 감안하면, 조세채권만 예외로 취급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근거규정이 없어 어렵다면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명확한 처리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야 밀린 세금을 일부나마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