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들간에 'FTA 덩치키우기'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웃 나라들과의 무역자유화는 사실상의 '내수시장 확대'라는 효과를 높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믿을 만한 내수시장'의 존재가 한층 절실해지고 있어 각국간 FTA 영역확대 경쟁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 중.일의 동아시아 맹주 다툼 동아시아 경제의 핵심 축인 한.중.일 3국 가운데 FTA의 첫 단추를 꿴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지난 1월 싱가포르와 첫번째 FTA 협정을 체결한 여세를 몰아 동아시아 전체와 중남미 지역으로 FTA 협상 전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중국은 이달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일본보다 한발 앞서 아세안과의 FTA 협상 추진에 공식 합의, '중화 경제블록' 창설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중국은 한.중.일 3국간 FTA 추진을 위한 학술 공동연구도 내년부터 시작하자고 제안, 동아시아 FTA를 주도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중.일 양국의 FTA 확산 전략은 사뭇 다르다. 중국은 아세안과의 FTA를 통해 화교 자본이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 경제권을 선점한다는 구상인데 비해 한국과 마찬가지로 농업 분야가 약한 일본은 '우회 전략'을 택했다. 향후 10년 안에 주요 국가들과 FTA를 맺되 중국 미국 EU 호주 등 주요 농산물 생산국과는 중장기적으로 협상을 검토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런 전략에 따라 동아시아의 FTA 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한국과 아세안을 점찍는 한편 중남미 거점인 멕시코와 오는 18일 정부간 공식 협상에 들어간다. ◆ 미국.EU의 세불리기 경쟁 미국과 EU도 서로의 경제블록을 견제하기 위해 FTA 회원국 확대에 발벗고 나섰다. 미국은 현재 캐나다 멕시코 등과 체결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2005년부터 남.북미 34개국을 아우르는 미주자유무역협정(FTAA)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FTAA에 소극적인 쿠바와 남미공동시장(MERCOSUR) 회원국에 대해 협정 가입 여부에 따라 경제지원 규모를 결정하겠다며 적극적인 협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EU는 올 연말까지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키프로스 몰타 등 10여개 후보국과 가입 협상을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다. 회원국 확대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EU 규모는 현재 15개국, 3억7천만명에서 27개국, 5억3천만명으로 커져 미국을 능가하는 단일시장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