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담배 도박, 그리고 싸움…. 이른바 '사회적인 해악'의 상징어들이다. 미국의 도미니 소셜 인베스트먼트(www.domini.com) 같은 회사는 이런 업종을 피해서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건전한 사회환경과 인간적인 경제발전을 위한다는 취지에서다.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펀드인 셈이다. 하지만 요즘 월가에선 이와 정반대의 펀드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8월 첫 선을 보인 '사악한 펀드(Vice Fund)'. 부시 대통령 출신지인 텍사스 댈러스의 뮤추얼닷컴이란 회사가 운용하는 이 펀드는 말 그대로 술 담배 도박 전쟁관련 주식에만 투자한다. '사회적 해악'산업에만 투자하는 미국 최초이자 유일한 펀드다. 펀드운용 책임자는 "실업률이 높아지고 전쟁이 나도 이런 업종의 장사는 잘된다"며 "불황을 이겨내는 대표적 산업"이라고 주장한다. 펀드(www.vicefund.com)측은 통계적으로 '해악산업'의 수익률이 시장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한다. 97년 6월부터 올 6월까지 5년간 S&P500지수의 수익률은 12% 였지만,'해악산업'은 53%로 4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담배만 7.8%로 평균보다 낮았을 뿐, 카지노(1백16%) 술(63%) 방위산업(25%) 등은 훨씬 높았다. 실제 이 펀드 구성비율은 방위산업 26%,술 도박 각각 25%,담배 18% 등. 기업별로는 버드와이저맥주를 생산하는 앤하우저부시(6.3%)가 가장 크고,담배업체 필립모리스(4.6%)와 카지노업계의 대명사인 하라스 엔터테인먼트(4.3%)가 그 뒤를 잇는다. 최근 비디오게임 메이커인 일렉트로닉 아트의 주식을 샀는데,이 회사의 게임이 가장 폭력적이라는 게 선정 이유였을 정도다. '사악한 펀드'의 운용금액은 2백50만달러.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도미니(약 12억달러)에는 크게 못미친다. 그러나 광고를 하지않는 신생 펀드임을 감안하면 적은 금액은 아니다. 시장평균수익률보다 1% 가량 높은 도미니펀드보다 빠른 증가세를 보일 것이란 게 월가의 전망이다. "장래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지 생각하고 투자해야 한다"(도미니 창업자 스티브 린든버그)는 말이 불황기의 미국 투자자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리는 것 같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