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분야를 예외로 한 싱가포르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기대 효과가 미미할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의 후속 FTA 협상에서도 칠레에 이은 '반쪽짜리'의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3일 '한.싱가포르 FTA의 경제적 효과와 고려사항'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KIEP는 또 한.싱가포르간 FTA가 체결될 경우 단기간에 급격한 교역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싱가포르의 대 한국 서비스 투자가 늘어나 한국측의 기대이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 예외는 또 다른 예외를 낳는다 정재완 KIEP 전문연구원은 "농업 등 특정 산업을 예외 분야로 지정하는 선례를 남길 경우 다른 국가들도 우리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을 FTA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자고 요구할 것이 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칠레와의 막바지 협상에서 발목을 잡은 금융서비스 시장개방 문제의 경우 협정 발효일로부터 4년 뒤에 협상 여부를 재논의키로 했지만 칠레측이 예외 분야로 남기자고 완강히 맞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으로부터의 급격한 농.수산물 유입을 우려하는 일본은 '일.싱가포르 FTA'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분야를 FTA 대상에서 빼자고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멕시코도 한국이 경쟁 우위에 서있는 핵심 공산품을 예외 분야로 인정해 달라며 버틸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한.싱가포르 FTA 기대효과 지난 98년 이후 한국의 10대 교역 상대국으로 부상한 싱가포르는 전자부품, 산업용 전자제품, 기계류, 광물성 연료 등 한국과의 수출입 품목이 대부분 겹치고 산업구조도 경쟁적인 관계다. 그러나 현재 맥주를 제외한 모든 품목에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어 양국간 FTA가 발효되더라도 싱가포르로의 수출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또 싱가포르 총수출의 40∼50%가 다른 나라의 제품을 중개무역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한국의 공산품 수입관세가 철폐된다해도 싱가포르로부터의 수입이 급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싱가포르의 대한(對韓) 투자가 상당부분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FTA 특혜조치로 한국의 서비스업 문턱이 낮아질 경우 금융 운송 통신 등 서비스 부문에 강점을 가진 싱가포르가 대한 투자를 늘리는 한편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다국적기업과 금융회사도 한국 진출을 적극 모색할 것이란 분석이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