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을 압도하는 여성을 내세운 헐리우드영화 "이너프"(마이클 앱티드 감독)와 "위험한 유혹"(원제 Swimfan:존 폴슨 감독)이 15일 나란히 개봉한다. 두 영화는 남성과 여성의 상호 보완이 아니라 적대관계에 초점을 둔 스릴러물이다. 사랑의 변질을 모티브로 잠복한 여성의 공격성을 끄집어낸 것도 공통점이다. 하지만 양성의 대결 양상은 정반대로 나타난다. "이너프"는 남성의 선제공격에 대항하는 여성의 자기방어본능에 기인한 공격성을 포착했지만 "위험한 유혹"은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남성에 대해 일어나는 악마적인 여성성을 그렸다. 가부장제의 위협을 받고 있는 남성들의 위기감이 드리워져 있다. 이너프 "웨딩 플래너"에서 커리어우먼으로 이미지를 구축한 제니퍼 로페즈의 캐릭터를 십분 살렸다. 식당종업원으로 일하던 슬림(제니퍼 로페즈)이 미치(빌리 캠벨)와 결혼해 행복을 맛보다가 나락으로 떨어진다. 남편의 이중성 때문이다. 부유하고 다정다감했지만 혼외정사 사실이 발각되자 상습적인 폭력을 휘두른다. "남자들은 지뢰같아. 살다가 공격성이 언제 나올지 몰라"라는 대사는 남성에 대한 여성들의 피해의식을 집약한다. 하지만 모성은 이를 감내할 수있을만큼 강하다. 슬림은 딸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미치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 미치에게 복수하는 슬림의 액션은 통쾌하다. 남편과의 맞대결을 준비하는 슬림의 모습에선 제니퍼 로페즈의 건강미와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미치로 대변되는 이 시대의 남편은 "(적어도 아내에 대해)원하는 것은 모두 소유할 수 있다"는 허세를 갖고 있지만 아내(슬림)에 의해 여지없이 꺾인다. 하지만 남편의 성격이 1백80도 바뀌는 설정은 아무래도 무리다. 슬림의 도피행각과 이를 추적하는 미치의 숨박꼭질구조도 엉성하다. 위험한 유혹 지난 71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어둠속에 벨이 울릴때"와 87년 글렌 클로스와 마이클 더글러스가 열연한 "위험한 정사"에선 사회적으로 성공한 유부남이 낯선 여인의 덫에 걸려 대가를 치렀다. 이 영화에선 미래를 보장받은 10대 청소년이 여자친구의 치명적인 유혹에 빠진다. 21세기초반에는 파멸로 이르는 연애가 청소년에게까지 전염됐다. 고교 수영선수 벤 크로닌(제시 브래드포드)은 명문대 진학을 앞둔데다 마음씨 착한 여자친구 에이미(셔리 애플비)도 있다. 그러나 새 여자친구 매디슨 벨(에리카 크리스텐슨)의 접근으로 "삼각관계의 사랑"은 깊은 수렁에 빠진다. "날 사랑한다고 말해"란 매디슨의 말은 여성이 주도하는 이 시대 남녀관계의 풍속도를 압축한다. 81장의 똑같은 연서가 e메일로 도착하는 장면은 인터넷세대의 새로운 위협이다. 똑같은 내용의 글을 쓰는 모습은 스탠리 큐브릭의 고전 "샤이닝"에서 작가로 분한 잭 니콜슨이 광기로 접어드는 초기단계로 표현됐다. 같은 편지를 수십통이나 e메일로 보내는 행위는 사실상 협박이다. 여기서 협박자는 여성이고 피해자는 남성으로 설정돼 있다. 그러나 복선들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스릴러물의 필수요건인 긴장을 누그러 뜨린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