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스피드와 현란한 액션. 프랑스의 제라드 피레 감독의 신작 "스틸"은 감각적 영상이 돋보이는 영화다. "택시"로 눈부신 스피드를 구현했던 피레 감독이 "택시2"의 연출을 거절한 뒤 4년만에 내놓은 이 영화는 지난5월 프랑스 개봉때 수주일간 흥행 선두를 지켰다. 4인조 은행 갱단의 범죄행각을 게임처럼 가볍고 재빠르게 진행시킴으로써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고속 카레이싱과 이보다 더욱 빠른 인라인스케이팅,암벽등반과 스카이다이빙 등 X게임의 화려한 액션들이 볼거리다. 트럭이 45도 기울어진 채 달리는 장면은 압권이다. 주인공 4인조 강도들은 스피드에 열광하는 신세대. 목숨을 건 속도에서 쾌감을 만끽하는 이들은 은행털이를 범죄가 아닌 스릴만점의 스피드게임으로 여긴다. 게임의 규칙은 살인을 않는 것. 갱단은 위기 상황에서도 총기를 함부로 다루지 않음으로써 관객들을 심리적으로 같은 편에 끌어 들인다. 갱단의 리더 슬림(스티븐 도프)과 그를 쫓는 여형사 카렌(나타샤 헨스트리지)의 로맨스는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감동은 적다. 스타일에 경도된 나머지 줄거리가 허약한 편이다. 단순한 구성과 우연성에 의존한 이야기는 관객들이 감흥을 느낄 기회를 앗아간다. 그저 83분간 스크린에 눈길을 준채 화려한 영상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흥행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이야기 없이 영상만으로 꾸려가는 영화의 표를 한국 관객들이 얼마나 살 것인지 관심이다. 15일 개봉. 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