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중유지원 여부를 논의할 외교협상을 코앞에 두고 통일부와 외교통상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대북 중유지원은 내년 1월까지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 외교부가 "정부의 공식방침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정 장관은 지난 13일 한 시민단체 초청 강연에서 "지난 8,9일 일본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도 이같은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며 "15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에서도 이를 주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14일자 조간신문에 보도되자 외교부가 발끈했다. 외교부는 보도참고 자료를 내고 "정 장관의 발언은 정부의 공식 방침이 아니다"며 "중유공급 문제는 한·미·일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당장 이달분부터 중유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미국을 설득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1월까지 지원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갔다는 것이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이로 인한 파문이 확산되자 "사전 협의를 거쳐 그런 보도자료를 내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북전문가들은 이같은 혼선에 대해 "KEDO 이사회를 몇시간 앞둔 상황에서 양 부처가 갈등을 빚은 것은 대북 중유 지원여부에 대해 의견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협상카드를 사전에 보여줬다는 지적도 있다. 정 장관은 지난달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에게 "제네바 핵합의는 무효화됐다"고 밝혔다는 미국측의 설명에 대해 "거두절미한 게 있는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청와대가 뒤늦게 해명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북 중유지원 여부는 북한 핵 파문 발생 이후 한반도 긴장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인지, 수습의 가닥을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인지 판가름하는 극히 민감한 사안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대북 핵심부처는 혼선을 빚고 있다. 이같은 정부에 우리 국민들은 북핵문제를 적극 중재하는 외교적 역량을 기대하고 있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