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연구원(IPS)이 14일 발표한 '2002 브랜드 가치평가' 결과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과 국내기업 간의 브랜드 자산가치 격차를 한눈에 보여준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8조8천6백54억원(약 74억달러)인 반면 코카콜라는 무려 83조5천2백억원(6백96억달러)에 달했다. 국내 최고 브랜드의 가치가 세계 최고 브랜드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 셈이다. 이병호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은 "월드컵 4강 신화로 국내기업과 국가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며 "세계 일류상품을 중심으로 한국의 대표 브랜드를 육성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 선진기업과 격차 크다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회사인 인터브랜드와 비즈니스위크가 지난 8월 공동조사한 '기업 브랜드 가치'에 따르면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6백41억달러) IBM(5백12억달러) GE 인텔 등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이 1∼5위를 독식했다. 반면 세계 1백대 브랜드에 포함된 국내 기업은 삼성(34위)이 유일했다. 더군다나 국내 브랜드 가치 2위인 LG전자의 가치 평가액은 선두업체인 삼성전자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신철호 IPS 원장은 "국내기업과 선진기업의 브랜드 경쟁력 차이가 너무 크다"며 "당분간 삼성전자를 빼고는 세계 1백대 브랜드에 오르는 기업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정보기술(IT) 업종 득세 IPS의 브랜드 가치평가에서 전자 통신 등 IT 기업들이 상위 1∼5위를 차지했다.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삼성SDI(8천6백84억원)도 8위로 지난해보다 한계단 올랐다. 올들어 IT품목이 내수와 수출 회복을 주도하고 이동통신시장의 호조가 지속된 덕이다. 반면 자동차 철강 정유 등 주력 기간산업 가운데 10위권에 든 기업은 3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지난해 5위였던 포스코(1조3천3백90억원)가 올해 7위로 두 계단 주저앉았다. 현대자동차(1조5천63억원)와 SK(7천8백81억원)는 지난해와 같은 각각 6,10위로 제자리걸음했다. ◆ 카드 보험사 약진 국내 은행 중에선 국민은행의 브랜드 가치가 1조4천2백37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2위인 조흥은행(7천23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3∼5위엔 신한은행(5천5백98억원) 하나은행(4천8백77억원) 제일은행(2천7백22억원)이 차례로 올랐다. 비은행 부문에선 신용카드사와 생명보험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LG카드(1조4천78억원)가 1위에 올랐고 삼성카드(1조2천4백10억원)와 국민카드(8천1백14억원)는 각각 3,4위에 포진됐다. 삼성생명(1조2천9백57억원)과 교보생명(6천2백90억원)은 각각 2,5위를 차지했다. 특히 비은행 부문 1∼4위 업체들은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보다 브랜드 가치가 훨씬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