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경제 청산 과제 .. 白永勳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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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지금 역사적 시련기에 직면하고 있다.
국경 없는 경제전쟁,세계적 패권주의,IT혁명 등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던 발전의 엔진은 멈춰지고,새로운 세기를 이끌어 갈 경제 원동력은 쇠퇴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한달여 앞두고 많은 국민들은 보이지 않는 시련과 불안 속에 희망과 꿈을 잃어 가고 있다.
대부분의 중산층이 정책의 그늘에서 소외되고 있으며,나라에 대한 '미래적 기대'를 잃어가고 있다.
새로운 국가지도자를 선택하는 이 순간에도 국민의 열기는 식어가고,정치에 대한 기대는 낮아지고 있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중소제조업의 40%가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이전했고,나머지 기업 중 30%도 향후 해외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벤처는 거품이 사라지며 부실화되어 코스닥에 건 서민들의 대박 꿈을 쪽박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많은 부동자금이 건전한 투자기회를 찾지 못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고 있는데,일시적인 금리정책이나 유동성 관리수단으로 수습될 수 없다.
지금 우리 국민은 가구당 평균 2천7백만원의 부채를 안고 있어 서민생활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저산업 가운데 사행산업의 비중이 95년의 24.8%에서 지난해에는 57.8%로 높아져 같은해 일본의 26.5%에 비해 2배 가까운 비중을 보이고 있다.
카지노 등 도박인구가 무려 3백만명을 넘고 있으며,도박장에서 연간 10조원이 탕진되고 있다.
국민저축률은 88년의 40.5%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해 지난해는 28%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크루그먼 교수가 지적한 대로 오늘의 한국경제는 '생산성'위기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날의 우리 경제는 노동과 자본투입의 땀(Perspiration)의 결과이지,생산성 영감(Inspiration)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생산성 수준과 저축률이 이대로 지속되면 5년 후 한국은 제2의 아르헨티나가 될 것으로 예언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지금 각종 정부산하단체와 협회 진흥회 등 1천2백개가 넘는 관변단체들이 연간 50조원이 넘는 준세금의 회비를 걷고 있다.
공직에서 물러난 관료들이 이들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민간경제의 참신한 창의력을 묵살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제2의 아르헨티나처럼 되느냐 않느냐는 향후 1∼2년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대선을 앞두고 정치지도자들은 무엇보다도 오늘의 경제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군중을 현혹시키는 지난 날의 낡은 정치수법으로 정권을 잡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더 많은 고통과 시련을 국민들에게 안겨주더라도 오늘의 국가적 명제가 무엇인지 확고한 신념과 비전을 밝혀 정권쟁취의 뚜렷한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IMF 외환위기 이후 5년 동안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에 대한 평가를 내려야 할 때다.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을 주축으로 수출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듯 하지만,1백5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으로 국민의 부채를 다음 세대에 안겨줬을뿐,아직도 구조조정과 개혁의 근본과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오늘의 경제난은 정치권이 제몫을 다하지 못한 점이 있어 경제논리로만 풀 수 없다.
우리 주변에는 부정적 사고가 팽배해 있다.
경제 재도약을 다지는 일은 순탄한 길이 아니다.
국가 경쟁력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지난날의 관료자본주의적 낡은 도그마에서 벗어나 21세기의 세계적 무한경쟁시대에 알맞은 '선택과 집중'의 새로운 틀을 마련해야 한다.
또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함께 참여하는 '시민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려게 해야 한다.
역사적 소명감을 지닌 '참다운 시민정신'의 실천만이 민족과 국가에 활력을 줄 수 있다.
우리는 21세기를 열어갈 새 '아젠다'를 설정해야 한다.
또 하나의 '역사적 실패'를 후세에 물려주지 않기 위해선 '총체적 경제난국'을 극복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역사는 국가 발전전략의 실패를 거듭하는 민족에게 기회를 계속 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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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