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해안선'이 선정된 데 감사드립니다.이 작품으로 축제의 문을 여는데 미흡하지 않나 하는 자성도 해봅니다만 최선을 다했다는데 자부심을 갖습니다." 14일 개막된 제6회 부산영화제 개막작 '해안선'을 연출한 김기덕 감독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해안선'은 간첩체포가 꿈인 해안선 초소 병사가 근무중 마을 청년을 간첩으로 오인해 사살한 뒤 서서히 광기에 젖어드는 과정을 담은 영화. "휴전했지만 한반도의 긴장은 여전하고 그것이 자해적인 상황을 연출하면서 결국 한반도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김 감독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현재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병대 복무중 레이더기지에 근무하면서 대간첩작전과 총기사고 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고 이를 이번 영화에 녹여냈다. "강한 안보의식을 갖고 복무중인 군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박쥐부대'라는 가상의 군대를 등장시켰고 휘장과 로고도 만들었습니다. 요즘 군대에선 보기 어려운 M16소총을 사용했지요." 김 감독은 촬영협조를 받기 위해 해병대와 동부 해안부대 등에 공문을 띄웠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군대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반도의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꼭 말하고 싶었습니다.'해안선'은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라 우울한 작품입니다.그렇지만 '재미있는 영화'만 '좋은 영화'는 아니라고 믿습니다." 부산=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