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당국이 마련한 "공시제도 선진화 방안"에는 현행 공시규제방식과 감독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대주주를 포함한 기업 경영진에 대한 공시의무와 책임을 대폭 강화한 대목이 눈에 띈다. 그러나 개별임원의 연봉과 상여금 등 보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경영진의 경영전망과 분석 등 "의견"까지 공시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시위반 임원을 해임권고하도록 명문화하는데 이어 손해배상책임까지 묻는다는 것도 기업과 경영진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공시체계 및 감독방식 개선=수시공시 규제방식을 현행 '열거주의'에서 '수정된 열거주의'로 바꾸도록 했다. 증권거래법에 공시사항에 대한 포괄적인 개념을 정의하고 자율규제기관이 구체적인 공시의무사항을 나열하는 방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포괄적 예시주의'를 도입할 방침이다. 현재 증권거래법과 금감위 규정에 의한 열거주의 규제방식은 열거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공시의무를 지키기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공시감독의 사각지대가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업무중복에 따른 낭비와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금감위는 정기(유가증권신고서 사업보고서) 및 특수공시(합병·분할 영업양수도 자사주취득·처분 자산유동화)만 맡고 수시공시는 자율규제기관인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이 담당하도록 했다. 임시보고서제도를 도입해 기업지배권(주요주주)의 변동,주요자산의 취득 및 처분,파산 또는 법정관리,중대한 손해배상소송 등이 발생할 경우 2∼5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했다. ◆경영진에 대한 공시의무 강화=임원의 보수를 개별적·세부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연봉은 물론 상여금과 스톡옵션 등도 상세히 공개하도록 했다. 사업보고서를 낼 때 경영진이 재무상태나 영업결과는 물론 파생상품 거래로 인한 위험 등에 대한 분석과 전망,대응계획도 함께 공시하도록 했다. 또 오너 등 실질적으로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집행지시자와 이사에 대한 정보도 자세히 공시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과거의 업무경력은 물론 법령에 의한 처벌유무,정리절차 대상이 된 회사에 근무하거나 관여했는지 여부,대주주와의 관계 등이 포함된다. 대표이사의 선임과 책임에 대한 공시도 의무화시켰다. 또 유통시장 공시위반에 대한 독자적인 손해배상책임 규정을 신설키로 했다. 공시의무 위반으로 금감위의 행정제재를 받을 경우 관련임원에게 자동적으로 해임권고조치를 하도록 했다. ◆공시내용 강화 및 현실화=수시공시에 영업실적 등 중요 예측정보를 포함하는 등 공시내용을 늘리도록 했다. 투자자가 알기 쉽게 공시내용을 서술형으로 작성하고 그래프 등도 같이 활용하도록 했다. 현재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액 10%,당기순이익 30% 이상 변동이 있을 경우에만 실적을 수시공시하면 된다. 그러나 앞으론 흑자전환 적자전환 등도 공시의무 사항에 추가된다. 사업상 비밀유지가 필요한 내용은 보류하는 공시유보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군사상 기밀과 공익으로 한정하되 기업경영상 비밀과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기업의 내부이용금지 및 비밀유지 등을 전제로 일정기간 공시유보를 허용키로 했다. 공시위반 퇴출기준(3진아웃제)도 2년동안 3차례 공시위반시에서 3년동안 3차례 위반시 퇴출시키는 것으로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공시위반 내용의 중요성과 고의성 여부에 따라 퇴출기준을 차등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