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피니온 등 세계 주요 D램 업체들이 지난 3.4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내고 생존방안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는 채권은행들이 대통령선거 등 정치일정을 앞두고 몸을 사리고 있어 더이상 때를 놓치면 경영정상화에 실기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록적인 D램업계 적자=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들이 지난 분기에 5천억원 이상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영업손실 5천1백10억원과 순손실 6천1백70억원을 나타내 올들어 9월 말까지 누적적자폭이 1조3백8억원에 달했다. 전우종 SK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하이닉스가 4·4분기 중 적자폭이 줄기는 하겠지만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인피니언도 13억8천만유로(약 1조6천8백8억원)의 매출액에 5억6백만유로(6천6백13억원)의 손실을 냈다. 종합반도체회사인 인피니언의 손실은 대부분 D램 부문에서 난 것으로 알려졌다. D램 전문업체로 8월말 결산법인인 마이크론은 6월부터 8월까지 매출액 7억4천8백만달러(9천7백24억원)에 5억8천6백만달러(7천1백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이 3·4분기 중 8천8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 대조된다. ◆구조조정 가속화=마이크론은 기술개발과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인력감원과 공장폐쇄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도 설비투자규모도 8억∼12억달러로 당초 예상보다 20% 정도 줄일 전망이다. 마이크론의 스티브 애플턴 사장도 지난 9월 기업설명회에서 "현재로서는 비용부문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시인했다. 마이크론이 한국 D램 업체들을 대상으로 보조금 문제를 제기한 것도 자체적인 어려움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인피니언의 경우는 전환점을 찾기 위해 최근 대만의 난야와 3백㎜ 웨이퍼공장을 공동으로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피니언은 대규모 적자에 시달린 끝에 비메모리부문 설비투자도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엘피다메모리가 미쓰비시전자와 D램사업을 통합하고 대만 파워칩세미컨덕터와 제휴키로 한 것도 원가경쟁력을 만회하기 위한 시도다. ◆하이닉스 경영정상화는 지지부진=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도이체방크의 구조조정 초안을 바탕으로 △무담보 채권의 50%인 1조8천5백억원의 출자전환 △부채 만기의 최장 2006년 연기△금리감면 등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놓았으나 채권단 결의를 계속 미루고 있다. 정상화 방안이 채권단 회의에 올라가더라도 쉽게 결정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하이닉스 채권에 대한 충당금을 80∼90%까지 쌓은 은행권은 동의할지 모르지만 투신사 등 제2금융권의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채권단의 정상화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하이닉스에 20대 1 이상의 대규모 균등감자를 요구할 예정인데 이것 또한 '뜨거운 감자'다. 38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채권단 주변에선 하이닉스 처리는 결국 대선 이후 다음정권으로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김성택·차병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