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새 국면맞는 亞 주도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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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주변 강대국들이 모두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 부시 행정부와 일본 고이즈미 내각은 집권 2기에 들어섰고 중국은 후진타오라는 새로운 체제를 맞았다.
앞으로 아시아 경제질서는 어떻게 될까.
외형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협력의 필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보이나 이면에서는 아시아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특히 일본과 중국간의 갈등이 심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일간의 갈등은 이미 아시아의 경제중심축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면서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보통 경제중심축은 세계 최대시장에서의 무역성과로 평가한다.
2000년을 고비로 미국의 최대무역적자국은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중국의 부상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 세계경기의 동반침체속에서도 중국경제만 유일하게 7∼8%대의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유태계 자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국제기채(起債)시장에서 만큼은 화교계 자금이 제1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일본경제는 이제 '잃어버린 10년'이란 표현이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장기침체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같은 경기침체속에서도 일본의 자존심과 엔화 가치를 유지하는데 큰 힘이 됐던 무역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수 있다는 경고를 계속 내놓고 있다.
한 때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을 꿈꿨고 무역흑자국의 상징이었던 일본이 최근 악순환 국면에 몰리고 있는 것은 중국의 일본시장 잠식과 일본내 제조업 공동화 현상을 야기시키고 있는 일본기업들의 중국이전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위안화 가치가 중국경제 기초여건에 비해 지나치게 낮게 운용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이다.
현재 중국이 운용하고 있는 고정환율제의 중심환율인 '1달러=8.28위안'은 너무 낮다는 평가다.
실제로 실질실효환율로 위안화의 적정수준을 추정해 보면 달러당 6.8∼7.0위안으로 나온다.
그 결과 중국은 일본시장 잠식과 '산업찬탈(産業簒奪)'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일본기업들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일본의 인식이다.
정도차는 있지만 이 문제는 우리를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해당된다.
이론적으로 한나라의 통화가치를 어떻게 운용하느냐는 대표적인 '이웃 궁핍화(窮乏化) 정책'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어느 한나라가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서 얻어지는 수출과 경제성장상의 이득은 인접국 혹은 경쟁국들의 희생이라는 견해다.
그동안 중국을 제외한 여타 회원국들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후진타오 체제가 앞으로 중국의 위상을 다지는 작업이 본격화할 경우 양국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앞으로 세계경제구조가 미국과 독일·프랑스,중국을 중심으로한 삼각구도로 형성될 경우 일본경제와 엔화의 위상은 급속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어떤가.
어떻게 보면 일본과 중국사이에서 샌드위치 형태로 놓여 있다.
오히려 일본과 비슷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지 모른다.
제3국 시장이 중국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고 대부분 국내기업들이 중국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일본처럼 산업공동화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우회적 창구로 우리를 활용할 경우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보통 이럴 때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위상이 크게 달라진다.
표면화되기 시작한 일본과 중국,미국과의 갈등구조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일본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경제질서의 새로운 국면에서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균형자(balancer)적 역할을 잘 활용해 한·중·일간의 자유무역협정을 매듭짓고 미국과의 등거리 외교를 유지해야 경제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