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산업전쟁의 최대 무기는 '창의력'이다. 그러나 기업과 대학은 한결같이 "창의력 있는 인재를 찾기가 힘들다"고 얘기한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암기식 교육이 빚어낸 결과일까. 대안을 찾아보자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대학의 CEO인 총장을 만나는 '기획대담-중앙대편', 이번에는 '창의력'을 주요 화제로 다루기 위해 '창의력이 넘치는 젊은 CEO'란 평을 듣는 강제규 영화감독이 모교 총장을 만났다. 강제규필름을 설립한 뒤 영화 '쉬리' 등을 제작해 유명한 강 감독과 박명수 중앙대 총장이 지난 12일 중앙대에서 대담을 했다. ----------------------------------------------------------------- ▲ 강제규 감독 =사회가 급변하면서 대학도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앙대도 최근 UI(대학통합이미지)를 교체하는 등 많이 발전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 박명수 총장 =그동안 대학들은 학문의 우월성을 확보하기보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양적 팽창에만 급급했었죠. 하지만 대학도 투명하고 내실있는 질적 발전을 하도록 사회가 요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중앙대는 우선 경영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죠.총장과 대학본부가 통제하던 하향식 대학경영에서 탈피, 각 단과대에 의사.예산결정 과정에 있어서 자율적인 권한을 많이 주고 있습니다. ▲ 강 감독 =대학을 갓 졸업한 직원들과 얘기해 보면 아직도 대학은 '집중'이라는 부분이 미흡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4년간의 대학생활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 분야에서 쓸모있는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대학의 학제나 커리큘럼이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요. ▲ 박 총장 =중앙대도 약학과 의학, 공학 분야에서 학생들에게 좀더 집약되고 실질적인 교육이 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술분야만 하더라도 지난해 서울 동숭동에 연극영화과 3,4학년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공연영상예술원을 만들었죠. 또 첨단영상대학원을 중심으로 한 예술분야는 중앙대만의 특징인 '퓨전형 커리큘럼'을 도입했습니다. 공학과 예술을 결합해서 새로운 차원의 실용학문을 연구해 보자는 의도지요. 그러나 이런 노력에 대해 학과 관계자들이 반발하고 자기 학문의 기득권을 주장하는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 강 감독 =그 문제는 비단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딜레마라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서 문화와 예술을 보는 시각은 여전히 경직돼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이 결합되지 않은 경제, 과학, 체육은 경쟁력이 없죠. 특히 중앙대는 예술분야에 강점을 지닌 만큼 단과대학별로 자기만의 영역을 고집할 게 아니라 문화와 관련된 세미나와 포럼 등을 통해 과학하는 사람들도 예술을 이해하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 박 총장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재개발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대학도 발전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영화제작자로서 앞으로 대학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 강 감독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워 주는게 중요합니다. 창의력을 길러주려면 문화만큼 좋은게 없습니다. 문화와 관련된 교양과목을 늘려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워야 합니다. 공대나 법대생들도 공연관람이나 문학발표 같은 문화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커리큘럼이 필요하겠죠. 또 대학캠퍼스에 패션쇼를 유치하는 등 학생들이 직접 문화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겁니다. ▲ 박 총장 =창의력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도 고객 중심의 마인드를 갖고 학생들이 바라는 수업과 교육환경을 갖춰야겠죠.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도움도 많이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 강 감독 =저희 영화사에는 대학에 다니면서 일을 배우러 오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특히 영화계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뛰어들었다가 실망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런 소모적인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 대학의 영화학과 학생들이 현장교육을 통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죠. 영화계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학생들이 졸업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원하는 현장에서 경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인턴십 과정'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 박 총장 =중앙대는 그동안 학제간의 담을 헐고 창조적인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들어오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우선 두세개 학과를 합쳐 종합적인 연구가 이뤄지도록 생명의약연구원(BT), 정보통신연구원(IT), 문화콘텐츠연구원(CT) 등 3개의 전략특성화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있죠. 국제화를 위해서도 인도에 60명, 미 버클리대에 25명 등 6개 국가에 5백여명의 학생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몇몇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몇명의 학생들을 외국에 내보냈느냐가 국제화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인 연구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해야겠죠. 중앙대는 이를 위해 현재 20억원의 연구프로젝트를 해외교수진들과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 강 감독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는 한마디로 '특화된 인재'겠죠. 정부든 대학이든 몇개 분야를 특화하는게 무한경쟁 시대의 발전전략이라고 봅니다. 한국영화가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특화시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듯이 대학도 몇개 분야를 특화시켜야 합니다. 이를 통해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우수 학생도 많이 유치할 수 있겠죠. 또 한국영화가 지금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과거처럼 모든 제작과정을 감독 혼자 결정하기보다 여러 스태프들과 대화를 하면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죠. 대학발전을 위해서도 총장과 학생, 교수와 학생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합니다.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