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명 < KTF 기획조정실장 >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은 SK텔레콤의 독점체제에서 지난 96년 셀룰러사업자인 신세기통신의 시장진입과 97년 PCS 3사의 서비스 시작으로 5사 경쟁체제로 전환됐다. 경쟁의 도입으로 지금까지 40%의 요금 인하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향상이 이뤄졌고 이동통신가입자가 2002년 10월말 현재 3천2백만명을 넘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이 3위 사업자였던 신세기통신을 인수함으로써 SK텔레콤은 전세계에서 유례없는 셀룰러 주파수 전대역을 독점하는 지배적 사업자가 됐고 전체 이동통신 시장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등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요금과 접속료 규제 및 단말기 보조금 규제정책 등을 통해 소비자 후생을 향상시키기 위한 유효경쟁환경을 조성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아직도 시장에서의 독점현상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80년대 이후 통신시장에서 유효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요금과 접속료 규제 및 단말기 보조금 규제 등을 통한 비대칭규제의 도입만으로는 유효경쟁과 소비자이익이 일부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한 바람직한 해법은 이동통신 번호체계의 개선에서 찾을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번호 자원은 국가의 희소 자원으로 간주돼 이용자 편의성과 공정경쟁을 감안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 이동통신사업자들은 번호브랜드 마케팅에 치우치지 않고 요금 및 품질 등 서비스 차별화를 통한 본질적인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이동통신서비스는 번호의 변경,단말기 교체 및 장기가입할인 프로그램 등으로 한번 가입하면 쉽게 다른 사업자로 변경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사업자와 상관없이 어떤 이동통신사업자에 가입하더라도 원하는 식별번호를 자유롭게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번호공동사용(number pool)제도의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번호공동사용제도를 도입할 경우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번호와 서비스 및 요금제를 모두 가질 수 있게 되는 등 소비자의 선택권이 더욱 확대된다. 이와 같이 사업자가 번호를 공동으로 사용하게 되면 신규로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하는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번호와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이용자의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고 사업자별 가입자수 차이에 따른 불필요한 번호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도 있다. 또 예비용 번호를 많이 확보하게 돼 번호자원할당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고,왜곡된 번호브랜드 마케팅이 아니라 요금 및 품질 등 본질적인 서비스차별화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등 일석삼조의 해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