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제 금융불안의 회오리에 휘말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 굴욕적인 'IMF 체제'에 들어갔던게 지난 97년 11월. 오는 21일이 그 5주년이다. 한국은 지난해 당초 예정보다 훨씬 앞당겨 IMF에 차입금을 모두 상환, '신탁통치'의 그늘에서 벗어났고 외환보유액 세계 4위권에 들 만큼 경제 안정을 되찾았다. 재정경제부는 그간의 성과를 자축하는 책자 'IMF 5년, 달라진 한국 경제'를 펴냈지만 아직은 '절반의 성공'일 뿐이라는 시각이 많다. ◆ 경제지표는 호전 최근 '한국의 위기와 극복(Korean Crisis and Recovery)'이란 책을 펴낸 데이비드 코 IMF 한국담당 과장은 "한국은 국민과 기업 등 민간부문이 정부의 개혁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위기 극복을 앞당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덕분에 지난 97년말 5백41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었으나 9월말 현재 4백60억달러의 순채권국이 됐다. 경제가 안정되면서 외국인 투자도 연간 70억달러(97년)에서 작년엔 1백19억달러로 상승했다. 실업률은 98년 6.8%에서 3.1%(9월말)로, 소비자물가는 7.5%(98년)에서 2.6%(10월말 기준)로 떨어졌다. 그 결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지난 3월 4년여만에 외환위기 전의 'A' 등급을 회복했고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해 조만간 추가 등급 상향조정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 남은 과제 많다 지난 5년간 각종 경제지표들이 호조를 보였지만 위기의 근본 원인은 아직도 상당 부분 치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기업과 금융,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등 개혁작업에 미흡한 부분이 남아 있고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에다 미.이라크전 가능성 등 불확실한 요인들 때문에 경제성장 전망도 유동적이다. 정부는 내년 5∼6% 성장을 장담하지만 일부 외국의 경제연구기관들은 4%대로 성장률을 낮춰 잡는가 하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입된 1백57조원의 공적자금은 당분간 한국 경제에 큰 짐으로 남게 됐다. 가스공사 등 3개 공기업의 민영화가 사실상 다음 정부의 과제로 넘겨졌고 하이닉스반도체와 현투증권 등 부실기업 처리도 여전한 현안으로 남아 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