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제2주제 : (15) 표준.인증제도 실태.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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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전자업체인 A사는 중국시장을 겨냥해 90년대 중반 한국에 R&D센터를 세웠다.
우수한 연구인력과 수준높은 실험장비 등 한국의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올들어 신제품 수출을 위해 강제인증서(CCC)를 받도록 의무화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말았다.
신제품 개발과정에서 한국 인증기관의 테스트를 통과한 후에도 실제 인증마크를 따기 위해선 제품을 들고 다시 중국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뿐만 아니다.
외국계 한국법인들은 중국 등으로부터 상품이나 품질 기술을 인증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가 일쑤다.
아시아 국가들간 인증마크를 서로 인정해 주는 체제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라별로 따로 인증을 받지 않고는 거래를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달초 세계 이동통신업체들은 중국에서 흘러나온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국이 자체개발중인 중국식 시분할 부호분할 동시다중접속(TD-SCDMA) 기술을 차세대 이동통신의 기술 표준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동기식 CDMA-2000을 개발중인 한국은 물론 비동기식 W-CDMA를 채택하고 있는 유럽기업 등은 중국시장 진출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들 사례는 첨단기술로 경쟁하는 세계시장에서 표준과 시험 인증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표준.인증제 수준이 낮다 =한국이 동북아 R&D 허브로 성장하기에는 아직 표준.인증제도의 수준이 낮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길이 무게 등의 표준을 정하는 측정 표준의 경우 2백83개 분야에 걸쳐 측정기술이 필요하지만 현재 절반이 조금 넘는 1백57개 분야만 측정기술이 확립돼 있다.
측정기술의 정밀.정확도 수준은 선진국의 초기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가 표준의 질적.양적 수준이 국제 표준에 비해 떨어지면서 실수요자인 기업들이 국가 표준을 외면하고 있다.
한 설문조사결과 KS 규격을 따르고 있다는 기업은 전체의 18.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보통신 생명산업 전자상거래 등 신기술분야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표준은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정보기술 분야의 경우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표준회의(IEC)의 표준이 1천3백가지나 되지만 KS 규격은 4백98가지에 그치고 있다.
통신분야도 국제 표준은 3천여가지에 이르지만 국내 표준은 5백여가지에 불과하다.
시험검사와 인증분야도 낙후된 부분이 많다.
R&D 선진국들은 ISO IEC 등 국제표준에 규정된 시험항목의 90% 이상을 시험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59%에 불과하다.
특히 전기전자 분야는 34%만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시험기관의 시험능력과 정확도가 떨어지는 탓이다.
동아시아네트워크 구축 부진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역내 인증제도인 CE마크를 공동 사용하고 있다.
EU 회원국중 한 나라에서만 인증기준을 통과하면 역내에서는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게 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인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3국도 인증마크를 서로 인정해 주고 있다.
반면 아시아지역은 아직 이같은 국제협조 체제가 구축돼 있지 않다.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시장을 겨냥하고 한국에 R&D센터를 세운 외국기업들의 경우 인증업무로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81년 한.일 표준협력회의를 시작으로 한.중.일 3개국은 20여년동안 표준과 인증 등 협조체제 구축을 위해 논의를 거듭해 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3개국은 최근 제주에 2만평 규모의 인증표준물질(CRM) 센터를 세우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조양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질량표준 부장은 "3국간 공조체제가 확립된 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으로 협력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증분야도 산업화돼야 =R&D 허브로 성장한 선진국들의 공통점은 시험인증 업무를 한 곳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 체제가 확립돼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벤처기업이 전화 한 통화로 접수에서 시험, 인증획득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보편화돼 있다.
스웨덴에서는 첨단산업 도시인 키스타에 있는 스웨덴 전기기기시험승인협회(SEMKO)가 시험인증기능을 전담하고 있다.
박해영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삼성 포스코 산업기술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