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에서 근무하는 K씨. 직장생활 4년차인 그는 지난 8월 카페테리아 복지제도를 도입한다는 회사의 발표와 함께 반년치 복지 포인트를 받았다. 그는 이 포인트를 활용해 지난 여름 휴가 때 가족들과 함께 회사 소유의 콘도를 이용했고 이번달에는 학원 수강증을 끊었다. 이번 겨울엔 남아 있는 포인트를 이용해 스키장을 다녀오고 부모님께 한약도 몇 첩 지어드릴 계획이다. 직원들이 자신의 복지혜택을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해주는 회사가 늘고 있다. 이른바 '선택적 후생복지제도'다. 이 제도는 근무연수 직급 연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복지 혜택의 포인트를 1년 단위로 근로자들에게 나눠 주고 학자금 학원비 의료비 레저시설이용 등 다양한 복지 '메뉴'중 자신에게 필요한 혜택을 골라쓰도록 '맞춤식' 복지제도다. 기존 복지 혜택은 개개인의 차별성 없이 일괄적으로 주어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복지 혜택의 일부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이 제도는 직원들이 주어진 만큼의 혜택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메뉴 가운데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을 수 있는 카페테리아처럼 필요한 혜택만 골라 쓸 수 있어 '카페테리아 플랜'이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지난 74년 미국의 자동차부품업체 TRW가 처음 도입한 이후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경영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 5백대 기업중 75% 이상이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97년 한국IBM이 처음으로 카페테리아식 복리후생제도를 도입한 이후 삼성생명 제일제당 LG유통 동양제과 SK텔레콤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17개 기업과 정부기관이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내년에는 포스코 베니건스 경찰청 기획예산처 중앙인사위원회 등이 가세하고 2006년까지는 모든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특히 지난 6월 이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주가 손비 인정을 받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재원으로 선택적 복지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연도 출연금 사용한도도 현행 50%에서 80%로 올리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기업에 선택적 복지제도가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종신고용에 대한 신념이 무너지면서 근로자들이 미래에 주어질 복지혜택보다는 현재 누릴 수 있는 혜택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게 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 주5일근무 제도가 확산되면서 근로자들이 '삶의 질'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레저시설 이용 등 현실적인 복지혜택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 제도 확산의 배경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제도 도입을 미룰 수 없게 됐다. 인적자원 관리가 갈수록 기업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분야로 자리를 잡고 있어서다. '직원만족 경영'이 바탕이 돼야 '고객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몇 가지 문제점이 남아 있기는 하다. 선택이 자유로워 특정 복지혜택에 집중 현상이 발생, 비용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 개개인별로 복지 사용내역이 다르기 때문에 관리도 복잡하다. 아직까지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ERP)이 잘 갖춰진 소수의 대기업만을 중심으로 이 제도가 보급되고 있는 이유다. 이같은 한계로 전문 경영컨설팅 회사에 이 부분을 아웃소싱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