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란 여간해선 바꾸기 어렵습니다.아주 끈끈하기(sticky) 때문이지요." 케빈 켈러 미국 다트머스대 비즈니스스쿨 교수(46)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열고도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뜨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코리아라는 나라 이름을 듣는 사람이 늘고 한국이 글로벌 사회의 일원으로 확실하게 인식된다는 점에서 월드컵 같은 큰 행사는 자주 할수록 좋다"면서도 더 중요한 과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세계적인 상품이나 기업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걸출한(prominent) 브랜드가 나와 세계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면 국가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는 설명. "일본은 소니 덕분에,독일은 벤츠 이름으로,핀란드는 노키아 브랜드로 유명세를 타는 것이지요.삼성 LG 현대 등의 이름이 더 유명해져야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도 눈에 띄게 좋아질 겁니다." 그의 말대로 우리 기업의 브랜드가치는 여전히 세계일류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가 지난 8월 발표한 "세계 1백대 브랜드" 가운데 한국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미국이 70개를 쓸어갔고 일본도 7개 기업을 순위에 올렸다. 켈러 교수는 기업들이 창의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고객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좋은 브랜드를 만들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혁신적인 창의성도 필요하지만 누구에게 어떤 물건을 팔 것인지가 명확해야 브랜드를 제대로 만들고 키워갈 수 있다"는 것. 그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전세계 어디서나 통화가 가능한 위성전화 사업을 벌였던 이리듐을 들었다. 비싸고 수요가 적은 속성상 세계적 부유층이나 전문집단을 겨냥했어야 했는데 대중을 상대로 홍보.광고하고 단말기도 "엄청나게" 크게 만드는 실수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또 인터넷 붐을 타고 생긴 닷컴기업 가운데도 이름만으론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웹벤(Webvan:온라인야채판매업체) 아웃포스트(Outpost:전자부품업체) 등 역시 실패 사례로 꼽았다. 이들 업체는 모두 망했다. 켈러 교수는 자신이 주주로 참여한 옴니브랜드(대표 김성제)의 브랜드 세미나 참석차 최근 방한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