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 전현대증권 회장이 99년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에 대선후보인 정몽준 의원이 개입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언급한데 대해검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그룹 '가신 3인방'의 한명으로 불리던 이씨가 이른바 '도쿄 발언'을 통해주가조작의 배후 인물로 정 후보를 지목했고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겠다고 호언하고 있어 물증의 내용에 따라선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씨가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의 신빙성 여부에 따라선 99년 9월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의 당초 결론이 뒤집어 질수 있고 사실상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한 상황도 피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이씨는 주가조작의 증거를 재삼 강조하면서도 증거의 내용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채 금명간 공개 석상에서 밝히겠다는 의사만 비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씨의 `물증'이 지난 98년 주가조작 실행 당시 현대그룹 수뇌경영진들의 행적.발언 내용을 담은 녹음테이프나 관련 기록들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그룹은 주가조작 당시 일부 수뇌부 인사를 중심으로 수차례 관련 대책회의를 가져 회의록을 남겼으며 당시 이 회의록에는 주가조작이 이씨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그룹 관계자의 발언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당시 회의록을 보면 이영기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박철재 현대증권 상무가 나를 주가조작의 주범으로 몰아갔는데 그룹 차원에서 사전에 시나리오가 짜여져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 회의록이 사건 조작을 위한 단순 시나리오라고 보는 만큼 이영기씨등 당시 현대 고위 간부들의 행적과 발언 등을 근거로 한 반박 `물증'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 또한 고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당시 검찰 조사를 앞둔 이씨에게 `정몽준이를잘 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씨가 현대그룹 내부의 경영권 분쟁 등에 휘말리면서 지난99년말 이후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물러나 있었던 점 등에 비춰 주가조작 등 내부실상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회의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이씨가 주가조작 고발사건의 중요 참고인인 것은 맞지만증거 문제는 두고 볼일"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