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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19일자) 趙重勳 회장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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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그 자체가 역사인 사람.지난 17일 별세한 조중훈(趙重勳) 한진그룹 회장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가 한 평생 걸어온 길, 그것이 바로 이 땅의 항공산업사다. 도전과 모험이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의 요체라면 짙푸른 하늘과 바다를 사업의 무대로 삼았던 고인이야말로 그 전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방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45년 11월,인천 해안동의 한 모퉁이에 한진상사라는 작은 회사가 문을 열었을 때 그것이 땅과 바다, 그리고 하늘을 잇는 오늘의 물류(物流) 대기업 그룹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짐작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월남전을 통해 세계를 무대로 한 물류회사로 거듭났고 69년엔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태극 마크를 단 국적항공사로서의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77년에는 한진해운을 설립해 오늘날 세계 4대 선사의 하나로 키워냈다. 트럭 한대에서 출발한 사업이 하늘로 바다로 뻗어나간 반세기의 족적은 일일이 기록을 남기기에도 벅찬 긴 드라마와도 같은 것이었다. 영광 만이 함께 했던 것이 아니기에 지금 고인의 일생을 회고하고 업적을 되새기면서 더욱 숙연한 감정을 갖게 된다. 태극 마크도 선명한 국적 항공사였기 때문에 고난은 더했고 심지어 사할린 상공에서의 격추사건에 이르기까지 고인과 그의 꿈, 그리고 그의 사업이 존망의 기로에 섰던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허다한 고난의 와중에서도 항공 해운 등 물류기업으로서 한우물을 집요하게 팠다는 점인데 이는 전적으로 "떡 장수는 떡만 팔아야 한다"던 고인의 결단과 집념에 의한 것이었다. 세계 4대 선사며 10대 항공사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기까지 외로운 항해가 계속됐지만 지금 우리 모두가 그의 별세를 애통하게 생각하는 것은 행여 그가 남긴 정신이 우리 속에서 시간이 갈수록 점차 희미해지고 있지않나 해서다. 맨주먹 트럭 한대로 세계적 기업을 일구어낸 도전정신이며, 총탄이 쏟아지는 베트남 정글 속에서 직접 물자 수송을 지휘하느라 동분서주하던 고인의 용기를 우리들은 과연 얼마나 갖고 있는 것인가. 기업가 정신이 날로 쇠미해지고 있는 나약한 시대이기에 세상을 떠난 고인을 더욱 애절하게 회고하게 된다. 그러나 언제까지 슬픔에 잠겨 있을 수는 없다. 고인이 일러주었던 노정을 따라 나아가야 할 육지와 바다, 하늘 길들은 아직도 멀다. 저하늘에 올라 후인들이 열어갈 새로운 길들을 비추어 주실진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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