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은행의 금리 일방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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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금융감독원은 소비자들의 권익문제는 안중에도 없는 겁니까."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낮추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된 18일,기자에게는 이런 요지의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
은행들의 '일방적인' 금리조정에 분개한 소비자들의 항변이었다.
사실 연초의 금리하락기에도 은행들은 '예금금리는 재빨리 내리면서 대출금리 인하는 늑장을 부린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대출금리는 올리면서 반대로 예금금리는 내렸다.
'일방성'의 정도가 더 심해진 것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은행들의 힘에 속절없이 당하는 듯한 기분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다는 하소연이다.
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예대마진폭을 넓히더라도 실제 은행 수익이 늘어나는 효과는 거의 없다"며 "은행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얘기하는 '어쩔 수 없는' 이유의 내용은 간단하다.
정부가 은행들의 가계대출 비용을 크게 늘려 놓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계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더 쌓게 하고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때 가계대출의 위험가중치를 높인 것 등이 은행들엔 모두 비용증가 요인이다.
비용이 늘어난 만큼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또 대출금리 인상만으론 이를 만회할 수 없어 예금금리를 낮췄다는 것이다.
한 은행 임원은 "가계대출을 줄이려면 정부가 먼저 콜금리 등을 단계적으로 올려 시중의 유동성을 조절했어야 했다.
정작 정부가 할 일은 안하면서 가계대출을 하지 말라고 은행만 쥐어짜니 예대금리를 반대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화살을 정부 쪽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만으로는 고객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에 미흡하다.
한 독자는 "은행들이 자신들의 비용증가를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떠안기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경영하는게 선진경영이냐"고 힐난했다.
또 다른 독자는 "원인 제공을 누가 했든 간에 결국 이번에도 피해는 '힘없는 소비자'들이 뒤집어쓰게 됐다"며 은행들의 일방적인 금리조정을 묵인하고 있는 감독당국을 원망했다.
차병석 경제부 금융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