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은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동물이어서인지 매우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환웅과 결혼해 단군을 낳았다고 하는 곰은 우리 민족의 어머니인 셈인데 그런 연유인지는 몰라도 생태계의 곰은 항상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에는 반달곰과 불곰이 한반도에 걸쳐 폭넓게 살고 있었다고 한다. 곰이 결정적으로 수난을 당하기 시작한 건 일제때부터다. 조선총독부는 해로운 짐승을 없앤다는 '해수구제(害獸驅除)'라는 미명하에 남획을 방치해 1915년부터 42년까지 무려 1천9백여 마리가 죽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게다가 웅담이 정력제로 잘못 알려지면서 밀렵꾼들의 표적이 된 것도 멸종위기를 가속화한 원인일 것이다. 반달곰은 검은털로 덮인 온몸에 V자형 반달모양의 흰 무늬가 앞가슴에 있어 반달이란 이름이 붙었다. 수명은 50년 정도이고 번식시기는 7∼9월이며 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식성은 잡식성이어서 동·식물 가리는게 없다. 취나물 머루 산딸기 등은 물론 개미 꿀벌 물고기 조류 포유류 등을 잡아먹는다. 가을철에는 동면을 위해 에너지효율이 높은 도토리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특히 곰은 열매의 씨앗을 여기저기 배설해 종자를 퍼뜨릴 뿐더러 나뭇가지를 마구 꺾기도 하는데 이는 다음해에 열매를 많이 맺게 하는 전지효과를 내 생태계의 '깃대종'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야생 반달곰이 지리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정부기관에 의해 처음 공식 확인됐다는 소식이다. 2년 전에도 국내 한 방송사의 카메라가 반달곰을 포착했으나 야생곰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정부는 이번 반달곰 발견을 계기로 환경보호와 함께 사육곰의 방사 등과 같은 종(種) 복원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반달곰이 근친교배로 인한 열성유전의 위험성을 줄이면서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40마리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데 쉬운 일은 아닌 듯 싶다. 반달곰이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것인지,아니면 밀렵꾼에 의해 멸종될 것인지는 우리 하기에 달렸다는 것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