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인 강원도 영월 천평리에는 남한강의 상류인 옥동천이 흐르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청정지역으로 여겨져왔던 옥동천이 최근 붉게 물들고 있다. 지난 8월의 폭우로 인해 무너진 인근 금정광산의 폐광석댐에서 수백만t의 중금속이 쏟아져 나와 하천에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오후 10시 KBS 1TV가 방송하는 '대재앙의 예고,폐광석댐'은 대책없이 방치된 폐광석댐의 폐기물들이 땅밖으로 나와 심각한 생태계 파괴를 초래하는 실태를 파헤친 프로그램이다. 폐광석댐이란 광산에서 채굴한 광석의 필요한 성분을 빼내고 나서 나머지 각종 폐기물을 쌓아놓은 댐. 이 폐기물들은 땅속에 묻혀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물이나 공기와 만나면 심각한 오염물질로 변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원도 내에는 이렇게 방치돼 있는 폐광이 5백여개에 이른다. 천평리 주민들은 지난 30년간 이러한 폐광석댐과 채 1㎞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생활해 왔다. 제작진은 주민들의 체내 중금속 수치를 알아보기 위해 모발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오염이 심한 서울 대도시 주민에 비해서도 몇배에 달하는 오염수치가 나타났다. 더 심각한 것은 하천의 수질이 ph2 이상의 높은 산도를 나타내지만 육안으로는 맑은 상태를 유지해 하수원으로 그대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작진의 조사 결과 강원도 폐광석댐에서 흘러나온 중금속은 이미 충주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언젠가는 수도권 주위의 하수원에도 중금속 물질들이 유입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 중금속 물질들이 댐의 영향을 받아 하천 바닥에 침전돼 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나면 더 위험한 물질로 변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