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y@nca.or.kr "한국은 세계가 꿈꾸는 미래사회를 가 본 유일한 정보화 메카입니다." 최근 필자가 어느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벤처투자가로부터 들은 말이다. 십수년간을 정보화 추진에 몸담아 온 필자는 요즘 국내외에서 이런 찬사를 자주 듣는다. 이럴 때마다 미력이긴 하지만 내가 한 일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어 기분이 좋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과연 이 정도의 찬사를 들어도 좋은가 싶어 겁이 날 때가 많다. 정보화 기반은 세계 최고일지 모르지만 그 위에 이룬 것에 대한 답이 많지 않아서다. 정작 필자가 정보화를 통해 하고픈 일이 하나 있었는데,그것은 바로 투명한 사회 만들기다. 투명한 곳에서만 진실이 싹트고,진실 위에서만 선진 신뢰사회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뢰는 개인과 기업은 물론 국가가치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투명사회를 이루는가. 그것은 기록에서 출발해 기록의 공개로 이뤄진다. 이제부터는 정부의 공식회의나 재판과정,기업 회의도 가감 없이 기록하게 해야 한다. 국회 속기록에서 삭제를 결정하는 웃지 못할 행동도 못하게 해야 한다. 미국 법정에서 꽤나 오랫동안 통역을 한 일이 있는 필자는 법 앞의 진실이 율사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철저한 기록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늘 확인하곤 했다. 기록 앞에선 어떤 천재도 거짓말을 하고 피해가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말이지 기록이라는 면에서는 조선시대보다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선 후보 아들의 간단한 병역비리건 하나를 두고 온 나라가 반년을 넘게 소진하고서도 국민은 지금도 속시원하게 그 진실을 알지 못한다. 그뿐 아니다. 기록이 없으니 거짓말이 득이 된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투명성지수는 1백2개국 중 40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필자가 속한 정부위원회의 기록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위원회가 이룬 일도 자랑스러울 수 있지만 필자는 이 기록을 더 소중히 여긴다. 기록을 통한 투명한 정부와 사회 건설이 정보화의 최우선 사업이 되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기록하는 사회가 선진사회이기 때문이다.